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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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35년부터 가솔린(휘발유) 신차의 판매 금지를 선언했다. 배기가스가 없는 승용차만 새로 생산하라고 한 곳은 미국 50개 주 중 캘리포니아가 처음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앞당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선 ‘억지 정책’이라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백악관은 “일자리를 파괴하고 소비자 부담만 늘릴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배기가스 없는 차만 팔아라”

美 캘리포니아, 내연기관車 퇴출한다
개빈 뉴섬 미 캘리포니아주지사는 23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특별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2035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솔린 승용차와 픽업트럭을 구매할 수 없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35% 줄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조치는 신차 구매 시에만 적용된다. 2035년 이후에도 가솔린 중고차는 구매할 수 있으며 기존에 갖고 있던 가솔린 승용차를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

이와 함께 2025년까지 캘리포니아주 내 도로를 운행하는 대형 트럭들이 내뿜는 배출가스가 ‘제로(0)’가 되게끔 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2045년까지 중형 및 대형 차량의 배출가스도 제로로 의무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뉴섬 주지사는 “급격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아이들과 가족이 숨쉬는 공기가 오염되도록 내버려 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행정명령은 좌파가 얼마나 극단적인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내연기관 차량산업 관련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와 백악관 간 갈등은 최근 산불 문제 등을 놓고도 심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주의 특별 권한을 박탈해 새 규정을 마련하겠다며 환경정책을 규제하기 위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주 의회와 주지사가 20년 이상 민주당 지배하에 놓여 있는 이른바 ‘민주당 텃밭’이라고 WSJ는 전했다.

자동차업계 “법적 강제는 반대”

뉴섬 주지사의 이 같은 결정은 미국 자동차산업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의 11%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다른 주 정부들도 잇따라 ‘탈(脫)내연기관 차량’을 선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도 ‘탁상행정’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이 적잖다. 완성차 업체들의 모임인 미 자동차혁신협회는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는 성공적인 자동차 시장을 건설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행정명령처럼 15년 안에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판매량을 단숨에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된 200만 대의 승용차 중 친환경 자동차(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등)는 8%뿐이었다.

단기간 내 강제적으로 가솔린차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친환경차로 전환되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매년 2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2030년대 후반에는 전기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내연기관차를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래서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대 대비에 분주하다. 포드는 픽업트럭 F-150, 머스탱 등 기존 주력 차량을 전기차로 제작하기로 했으며 제너럴모터스는 2023년까지 전기차 20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유럽은 내연기관차 퇴출에 일찌감치 앞장서 왔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5년 뒤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는 계획이다. BMW·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 등 굴지의 완성차업체를 둔 독일도 2030년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중단 목표로 세웠다. 영국은 당초 데드라인을 2035년으로 세웠으나 이를 5년 앞당기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