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대선 패배 시 승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답을 피해 ‘대선 결과에 불복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언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대선에서 패하면 결과에 불복하는 전략을 수립 중이란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미 대선이 사상 최악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선 패배 시 승복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봐야 할 것”이라며 ‘승복하겠다’는 말을 피했다. 대신 우편투표를 “재앙”이라고 비난하며 우편투표가 없다면 권력 이양이 필요없을 것이라고 했다.

‘투표 결과를 둘러싼 소송 가능성 때문에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자를 대선 전에 임명하는 게 시급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아주 중요하다”며 “민주당이 저지르고 있는 이 (우편투표) 사기는 대법원에 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4 대 4는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대선 패배 시 ‘우편투표=사기’ 프레임을 씌워 대법원으로 문제를 끌고 간 뒤 보수 우위의 대법원 판결을 통해 상황을 유리하게 하려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긴즈버그 생전 ‘보수 5 대 진보 4’였다. 긴즈버그 사후 ‘보수 5 대 진보 3’으로 바뀌었지만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최근 낙태, 이민자 문제 등에서 진보 성향 판결을 잇달아 내놨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보수 성향 대법관 임명을 강행하면 대법원은 ‘보수 6 대 진보 3’의 확실한 보수 우위 구도로 바뀌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관이 9명인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26일께 긴즈버그 후임 대법관을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이날 트럼프 캠프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선 투표일이 오는 11월 3일인데 트럼프 캠프의 전국 및 주별 법률팀은 ‘선거 후 전략’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격전지의 개표 결과를 교묘하게 회피하는 것이라고 애틀랜틱은 전했다. 헌법과 개표 관련 법에서 모호하거나 논리적 쟁점이 될 만한 것을 찾아내 차기 대통령 취임일까지 분쟁을 이어간다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혼란에 빠지고,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수정 헌법 20조에 따라 내년 1월 20일 종료되지만 누가 차기 대통령인지 불명확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 ‘두 명의 남성’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