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승부처 토스카나 내준 책임론 제기…'우파 지도자' 리더십 손상

'위기의 가을 맞나'…선거 패배로 伊 극우지도자 살비니 '흔들'
반(反)난민 기치를 내걸고 승승장구하던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47)가 지방선거 패배로 그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때 이탈리아 우파 진영을 대표하며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며 내심 품어온 집권당 총리 등극의 꿈도 가물가물하다.

살비니가 주도하는 우파연합은 20∼21일(현지시간) 치러진 7개 주 동시 지방선거에서 독자적인 정당 시스템을 가진 자치주 발레다오스타를 제외한 6개 주 가운데 베네토·리구리아·마르케 등 3개 주에서 승리했다.

연립정부의 한 축인 중도좌파 민주당 역시 토스카나·캄파니아·풀리아 등 3개 주에서 승리해 표면적으로는 범좌파와 범우파가 무승부를 기록한 것으로 비치는 성적표다.

하지만 현지 정가에서는 우파 진영이 사실상 패배한 선거라고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특히 최대 승부처로 꼽힌 중부 토스카나주를 빼앗아오지 못한 것은 우파에게 뼈아프다.

'위기의 가을 맞나'…선거 패배로 伊 극우지도자 살비니 '흔들'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와 함께 지난 50년간 '좌파의 성지'로 불린 토스카나를 가져왔다면 연정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결정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여러모로 여건이 우파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우파연합이 50%에 육박하는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는 데다 최근 연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의 경제 회복 정책과 전국 일선 학교 대면 수업 재개 등 주요 사안에서 그리 유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실망하는 여론의 기류도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선거 직전까지도 전문가들은 우파가 비교적 여유 있게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언론들은 여권의 패배를 전제로 정국 향배를 점치는 데 집중했고, 연정은 선거 결과와 연정의 미래는 별개라며 차단막을 치기에 바쁜 분위기였다.

실제 투표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기민한 코로나19 대응으로 민주당 소속 주지사의 인기가 급상승한 남부 캄파니아 정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5개주는 우파연합이 압도적으로 앞서거나 박빙 대결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 우파의 '싹쓸이' 기대감을 키웠다.

'위기의 가을 맞나'…선거 패배로 伊 극우지도자 살비니 '흔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개봉한 결과는 세간의 예상과 달랐다.

박빙이라던 토스카나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우파연합 후보를 8%포인트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고 우파의 쾌승을 예상한 남부 풀리아도 8%포인트 차의 민주당 승리로 귀결됐다.

우파 진영에서는 선거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 그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는 모양새다.

우파연합의 지도자로 군림해온 살비니가 그 한 가운데에 있다.

지난 1월 사활을 걸고 당력을 집중한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선거에 이어 토스카나 선거까지 2연패 했다며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이 꽂히고 있다.

작년 5월 유럽의회 선거 당시 35%까지 치솟았던 동맹이 지지율이 25% 안팎까지 미끄러진 이후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면서 밑바닥에서 서서히 퍼지던 그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본격적으로 분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이번 선거로 살비니의 위상에 금이 갔다는 데 대체로 수긍하는 모습이다.

현지 한 정치 분석가는 23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를 되찾으려는 살비니의 노력을 손상했다"고 했고, 다른 전문가는 "살비니가 시간이 갈수록 선거에서 '역(逆)미다스의 손'이 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위기의 가을 맞나'…선거 패배로 伊 극우지도자 살비니 '흔들'
이번 선거를 통해 그동안 우파진영의 정치무대를 독점했던 그를 위협할 차기 주자가 부상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재선에 성공한 루카 차이아(52) 베네토주 주지사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적극적인 감염 의심자 추적·검사·격리를 핵심으로 하는 한국식 방역 모델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벗어나 지역주민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 77%에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로 나타났다.

동맹과 함께 우파연합을 구성하는 또 다른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조르지아 멜로니(43) 대표도 우파 진영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살비니와 마찬가지로 반난민 성향을 노골화한 그는 지난 25년 좌파가 우세했던 중부 마르케주에 FdI 후보를 내세워 승리를 견인했다.

중부 아브루초에 이어 마르케까지 FdI 출신 주지사를 배출함으로써 우파 내에서의 정치적 입지가 한층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위기의 가을 맞나'…선거 패배로 伊 극우지도자 살비니 '흔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