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연설…갈등 속 향후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입장 밝힌 듯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 찍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시진핑 "냉전·전면전 벌일 생각없어…코로나 정치화는 안 돼"(종합3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미·중 갈등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의 화상 연설을 통해 "국가 간에 차이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 주석은 "중국은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으로서 평화적이고 개방적"이라고 주장한 뒤 "패권이나 세력확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다른 나라와 냉전이나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 없다"며 세계가 문명간의 충돌에 빠지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재 두 나라가 틱톡 등 경제뿐 아니라 남중국해 문제 등 경제·군사적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 주석의 발언은 향후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중국의 입장으로 해석된다.

또한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각국이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치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국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신했다"면서 "국제 공공 위생과 안전을 위해 중국의 역량을 공헌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은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대격변이지만 평화 발전이라는 시대적 화두는 변해서는 안 된다"면서 "코로나19는 인류가 맞은 최후의 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손을 잡고 더 큰 국제적인 도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 정치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책임론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보다 앞 순서에 공개된 화상 연설에서도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역시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 주석은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WHO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중국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전 세계를 위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일방주의 대신 다자주의를 통한 국제 협력을 주장했다.

시 주석은 "경제 세계화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역사의 조류"라며 "개방과 포용의 이념을 계승해 개방형 세계 경제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경제 세계화 대세에 맞서는 것은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은 타조와 같이 대세를 보고도 못 본 체하는 것"이라며 "또 풍차에 달려드는 돈키호테처럼 (풍차에) 창을 휘두르며 저지하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14억 인민은 여태껏 어려움을 두려워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과 농촌 빈곤층의 탈빈곤 목표를 실현할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 주석은 "2030년 전까지 탄소 배출량이 정점을 찍고 2060년 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탄소 중립은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 중국이 '탄소 배출 제로'를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등 중국 주요 매체들은 시 주석의 연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코로나19 방역과 세계 경제 회복에서 중국의 희생과 공헌을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23일 논평을 통해 "중국은 코로나19 방역에 투신했다"면서 "또 시종일관 다자주의 실천자로서 세계 경기 회복에 공헌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각국의 이익과 운명은 긴밀하게 엮여 있다"면서 "중국은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과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수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사설 격인 사평(社評)에서 시 주석에 앞서 연설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대선을 위한 국내용 연설을 했다"며 맹비난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거짓말을 지어내고 정치적 목적으로 중국을 음해한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바이러스의 피해국이자 글로벌 방역의 공헌국"이라면서 중국이 최초 발병지 우한(武漢)을 봉쇄하는 등 과감한 방역 조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왕 대변인은 환경 문제를 놓고도 미국에 화살을 날렸다.

"미국은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배출하는 나라지만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고 파리협정에서도 탈퇴했다"면서 "이런 나라가 중국을 비난할 자격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시진핑 "냉전·전면전 벌일 생각없어…코로나 정치화는 안 돼"(종합3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