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지켜보는 게 영광스럽지 않아"

아랍권 '배신'에 화난 팔레스타인 "아랍연맹 순회의장 안 맡아"
팔레스타인이 22일(현지시간) 아랍권 국제기구 아랍연맹(AL)의 순회의장직을 그만두겠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리야드 알말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외무장관은 이날 PA의 임시 행정수도 격인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팔레스타인이 아랍연맹 순회의장직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알말키 장관은 "팔레스타인은 아랍인들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서두르는 것을 지켜보는 게 영광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에게 팔레스타인이 순회의장을 그만둔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은 이달 초 아랍연맹 순회의장을 맡아 내년 3월까지 활동할 예정이었다.

아랍연맹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권 22개국이 회원이고 본부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두고 있다.

알말키 장관의 언급으로 볼 때 팔레스타인의 이번 결정은 걸프지역 국가 UAE 및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협정을 맺은 데 대한 항의로 풀이된다.

UAE 및 바레인은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정에 각각 서명했다.

이로써 이스라엘과 수교에 합의한 이슬람 아랍국가는 이집트, 요르단을 포함해 4개국으로 늘었다.

아랍권 '배신'에 화난 팔레스타인 "아랍연맹 순회의장 안 맡아"
아랍권 국가들은 대부분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이유로 오랫동안 이스라엘과 적대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걸프지역 수니파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손을 잡는 모양새다.

아랍연맹은 이달 9일 장관급 회의를 열어 이스라엘과 UAE의 관계 정상화 합의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고도 통일된 성명을 내지 못했다.

당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UAE의 평화협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초안을 제출했지만 아랍연맹 회원국들의 분열로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UAE 및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에 합의한 것에 대해 팔레스타인 대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