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의 2분기 순자산 액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분기 중 미 증시가 랠리를 이어간 결과 미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불어난 덕분이다.

21일(현지시간) 미 중앙은행(Fed)이 발표한 분기 보고서(Flow of Funds)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의 가계(비영리단체 포함) 순자산은 118조9600억달러(약 13경8500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 1분기보다 6.8% 늘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인 지난해 말보다도 3800억달러나 불어났다. 가계 순자산 액수는 은행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 등과 주식, 부동산의 자산가치에서 가계 부채를 제외하고 산정한다.

2분기에 미 가계 순자산이 급증한 이유로는 미 증시 랠리가 꼽힌다. 지난 2분기 미 증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기록한 저점에서 대폭 반등했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의 개미투자자에 비견되는 미 로빈후드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2분기 중 미 가계 순자산 증가액의 75%에 해당하는 5조7000억달러가 가계 보유 주식가치에서 창출됐다. 부동산 가격 상승도 가계 순자산 증가분에 5억달러 기여했다. 경기부양책과 실업급여를 은행 계좌에 현금으로 축적해두는 가계도 늘어났다. 미 저축률(세후 수입 대비 저축액)은 1분기 9.6%에서 2분기 2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경제와 노동시장의 회복이 예상보다 빠른 증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려와 달리 미 가계의 부채는 급증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용카드 사용 잔액은 급감했고 학자금 대출은 큰 변화가 없었다. 자동차 관련 대출이 소폭 증가했다. 2분기 미 가계의 비금융부채는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기부양책의 여파로 미 정부의 2분기 부채가 급증했고 기업 채무부담도 확대됐다. 미 연방정부의 2분기 부채는 1분기보다 59% 늘었다. 기업 부채는 14% 증가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