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 약한 연립정부 정국 주도권 유지 갈림길…우파 우세 예상
우파 승리시 연정 갈등 심화할듯…전문가들 "붕괴 가능성은 적어"

코로나19 위기 겪은 이탈리아 정국 향배는…7개주 동시 지방선거
이탈리아에서 의원 수 감축을 위한 국민투표와 더불어 7개주(州)의 주지사를 뽑는 지방선거 투표가 20∼21일(현지시간) 이틀간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민심의 좌표를 확인할 첫 선거로 주목받는다.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주도하는 연립정부가 정국 주도권을 이어가느냐, 극우정당 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이 정권 탈환의 초석을 놓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위기 겪은 이탈리아 정국 향배는…7개주 동시 지방선거
◇ '50년 좌파 성지' 토스카나 민심의 향배는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곳은 토스카나·풀리아·리구리아·마르케·베네토·캄파니아·발레다오스타 등 7곳이다.

유권자 수는 1천856만명으로 전체 유권자(5천156만명)의 36%를 차지한다.

현재 토스카나·풀리아·마르케·캄파니아는 민주당 출신이, 리구리아·베네토는 우파 출신이 주지사를 맡고 있다.

최근까지의 판세를 보면 일단 연정이 상당히 열세에 놓여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파가 리구리아·베네토의 지방 권력을 수성할 것이 확실시되고, 여기에 더해 마르케와 풀리아에서도 우위가 점쳐진다.

마르케의 경우 25년 만에 지방 권력이 좌파에서 우파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위기 겪은 이탈리아 정국 향배는…7개주 동시 지방선거
민주당으로 대세가 기운 곳은 나폴리가 속한 남부 캄파니아 정도다.

민주당 소속 비첸초 디 루카 현 주지사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단호하고 효과적인 대처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현지 정가의 최대 관심은 르네상스 발상지 피렌체가 주도인 토스카나주다.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와 함께 전후 50년간 '좌파의 성지'로 꼽혀온 곳인데 우파연합이 야금야금 지지율을 잠식하면서 현재는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 상황이다.

민주당은 관록의 정치인 에우제니오 자니(61)를 내세웠고 우파연합은 동맹 소속으로 33세의 젊은 여성 수산나 체카르디로 맞불을 놔 세대 대결로도 관심을 모은다.

코로나19 위기 겪은 이탈리아 정국 향배는…7개주 동시 지방선거
◇ 우파 승리시 연정 앞날 험난…연정 붕괴 가능성은 적어
이번 선거 결과가 우파의 승리로 귀결될 경우 정치적 지지 기반이 빈약한 연정의 앞날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책 이슈를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민주당과 오성운동 간 불협화음이 증폭되는 것은 물론 주세페 콘테 총리가 이끄는 내각 역시 쇄신 압박을 받으며 큰 폭의 개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민주당의 경우 토스카나를 잃는다면 당 대표 사퇴를 비롯한 거센 후폭풍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가 연정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연정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코로나19의 경제 타격을 극복하고자 유럽연합(EU)이 내놓은 회복기금이 버팀목으로 작용한다.

코로나19 위기 겪은 이탈리아 정국 향배는…7개주 동시 지방선거
이탈리아는 EU가 책정한 전체 회복기금 7천500억유로(약 1천45조8천억원) 가운데 개별 회원국으로는 최대인 2천90억유로(약 291조4천300억원)를 보조금 및 저리의 대출금 형태로 받을 예정이다.

EU가 기금 지급 조건으로 각 회원국에 구조개혁 청사진을 담은 세부 지출 계획을 요구함에 따라 이탈리아 정부가 이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매달리는 상황이다.

국가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민감한 시점에 연정 스스로 우파로의 정권 교체가 자명한 조기 총선을 택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로마 사피엔차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마티아 딜레티는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의회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회복기금이라는 수단을 쥔 EU와 강력한 우호 관계를 형성하려면 정권 안정이 필수이기 때문에 개각 이상의 정치적 격변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