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하루 만에 8억2000만달러(약 9620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렸다. 평소 공모주 투자에 부정적이었던 그가 오랜 투자 철학을 바꿔 8년차 기술 스타트업인 스노플레이크의 기업공개(IPO)에 투자한 결과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신규 상장한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인 스노플레이크 주가는 공모가(120달러)보다 111.6% 급등한 253.93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공모가보다 165.8% 상승한 319달러까지 뛰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05억달러(약 83조원)로 우버(660억달러), 델(503억달러) 등을 단숨에 제쳤다.

버핏 회장은 평소의 지론을 뒤집고 스노플레이크 공모주에 투자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벅셔해서웨이는 2억5000만달러를 넣었다. 또 스노플레이크의 기존 주주로부터 404만여 주를 공모가로 사들이기로 했다. 이 계약이 모두 이행됐다면 벅셔해서웨이의 스노플레이크 공모주 투자액은 약 7억3500만달러가 된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으로 거둔 평가차익은 8억2000만달러로 추산된다.

버핏 회장은 그동안 기업이 정해진 가격(공모가)으로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파는 공모주에 대해 좋은 투자처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왔다. 반세기 이상 공모주 투자에 관심을 보여온 적이 없다고 했다. 공모주 투자가 복권을 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생각을 바꿨고 단기간에 높은 평가차익을 보게 됐다. 벅셔해서웨이가 애플에 투자해 성공하긴 했지만 기술기업, 그것도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012년 설립된 스노플레이크의 주력 사업은 데이터웨어하우징(DW)이다. 기업의 의사결정 등에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빅데이터가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스노플레이크의 소프트웨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상장 첫날 주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 등 쟁쟁한 경쟁업체가 시장에 포진하고 있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