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아시아와 북미 지역 일대에서 정유시설을 영구 폐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석유수요 회복을 두고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최대 정유기업 에네오스는 중국 페트로차이나와 함께 운영 중인 오사카 정유시설을 다음달 전면 폐쇄할 계획이다. 에네오스 오사카 정유시설은 일평균 11만5000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에네오스는 일본 내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이 시설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이다.

로열더치셸은 필리핀 바탕가스주(州)에 있는 일평균 11만배럴 규모 타방가오 정유시설을 영구 폐쇄한다. 이번 폐쇄로 필리핀에는 정유시설 한 곳만 남게 될 전망이다.

생산규모 기준으로 미국 최대 정유기업인 마라톤페트롤리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멕시코에 있는 정유공장 한 곳씩을 영구 폐쇄할 계획이다. 뉴질랜드 유일 정유시설인 리파이닝NZ도 영구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리파이닝NZ는 일단 생산규모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각 기업마다 정유시설 영구 폐쇄 움직임이 일면서 에너지 안보를 걱정하는 국가도 나왔다. 호주 당국은 자국 내 정유시설 유지 조건으로 10년간 16억8000만달러(ㅡ원 ) 규모 지원금을 제공하는 안을 브리티시페트롤리엄, 엑슨모빌, 비바에너지, 앰플 등 석유기업에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호주에 남아있는 정유시설 네 곳 중 각각 한 곳씩을 운영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 기업 모두 인센티브안은 환영했지만, 어느 한 곳도 호주 당국에 정유시설 운영 약속을 하지 않았다. 지난주엔 비바에너지가 빅토리아에 있는 정유시설을 전면 폐쇄하는 안을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각 기업은 석유 수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퍼지자 정유시설 운영을 줄이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매켄지는 "네덜란드, 프랑스, 스코틀랜드에 있는 정유시설도 일부 영구 폐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