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개미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로빈후드 투자자', 한국의 '동학개미'가 대거 증시에 유입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사우디 주식 일평균 거래량은 120억리얄(약 3조7500억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 거래량보다 약 2.5배 많다.

이달 사우디 증시 거래량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가까웠던 2014년9월 당시보다도 크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으로 사우디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사우디도 개미투자 열풍…"석유 100달러 시절보다도 거래량 ↑"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국제유가가 요즘보다 높은 40달러 중후반 선이었고, 사우디가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제한을 풀었던 2016년9월보다는 이달 거래량이 5배 많다.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밀어넣으면서 사우디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 증시 타다울 올쉐어지수는 지난 3월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에 5959.69까지 밀렸다. 그러나 이후 상승세를 거듭해 지난 16일엔 8311.21까지 올랐다.
사우디도 개미투자 열풍…"석유 100달러 시절보다도 거래량 ↑"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개인투자자들은 중견·중소기업 주식으로 몰리는 추세다. 사우디 국부펀드와 뮤추얼펀드 등이 사우디 아람코 등 대형기업을 위주로 투자하는 것과는 반대 움직임이다. IT기업, 보험사, 식품생산업체, 언론사 등 다양한 업종 중견·중소기업이 '사우디 개미'들의 인기 투자처다.

올들어 사우디 증시에선 중소형주 수익률이 대형주 수익률을 앞지르고 있다. 아랍해상정보시스템, 와타니야보험, 와프라산업발전, 티하마광고, 타북농업발전 등 시가총액이 1억~3억달러(약 1180억~3520억) 이하인 기업이다.

시가총액 2억달러(약 2350억원) 가량인 아랍해상정보시스템은 전년대비 주가가 205% 올랐다. 와타니야보험은 168%, 와프라산업개발은 129% 올랐다. 같은 기간 사우디 아람코 수익률은 3%에 그친다.

오만 무스카트 소재 유나이티드증권의 조이스 매튜 증권리서치실장은 “사우디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 펀드매니저들의 시야에 들지 않은 기업 중 우량기업을 찾아 투자하고 있다”며 “이들을 ‘사우디판 로빈후드 투자자’라고 부르는게 딱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이들이 미국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낸 이익을 보고 그를 따라하고자 하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 여행이 막혀 남는 돈으로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사우디 금융기업인 알라지캐피털의 마젠 알 수다이리 리서치장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 여행에 가지 않은 대신 남은 돈을 투자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대거 풀린 유동성이 갈 곳을 찾지 못해 증시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 수다이리 리서치장은 “사우디서 물가상승률은 높아지고, 채권수익률이 떨어지는 것도 증시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라며 “개인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함마드 파이잘 포트리크 리야드캐피탈 리서치팀장은 “투자자들은 (주식시장 외에) 다른 매력적인 투자수단을 딱히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