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방장관 "국경지대 긴장 심각…중국이 모든 합의 어겨"
中 관영매체 "인도 측 발언은 국방예산 및 국내 지지 얻으려는 것"
중국·인도 국경분쟁 해결 답보상태…"겨울까지 갈 수도"
▲중국과 인도의 외교장관 회담 이후에도 양국 국경분쟁 해결이 답보 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 일각에서는 이번 분쟁이 겨울까지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은 16일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이 전날 의회에서 중국과의 국경 대립 상황이 심각하다며 중국이 모든 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싱 장관은 "중국은 관례적이며 전통적인 국경선을 받아들이기를 지속해서 거부했다"며 중국은 국경지대 관련 인도와의 합의를 모두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라다크 지역의 (인도 영토) 3만8천㎢를 차지했고, (또 다른 분쟁지역인) 아루나찰프라데시주의 9만㎢를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한다"며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땅도 불법적으로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인도와 중국은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지만,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한 채 실질 통제선(LAC)을 경계로 맞선 상태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양쪽이 주장하는 LAC의 위치가 달라 분쟁이 생길 때마다 서로 상대가 자신의 영토를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인도 국경분쟁 해결 답보상태…"겨울까지 갈 수도"
인도군과 중국군은 지난 5월 판공호수 난투극,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이달 7일 45년 만에 총기 사용 등 라다크 지역에서 잇따라 충돌했다.

싱 장관은 "군 병력 증원 등 최근 양국 간 국경 대립 긴장 상황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하지만 인도군은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양국 군은 국경지대 인근에 병력을 크게 늘렸고 군사 관련 시설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싱 장관은 "중국 측의 국경지대 인프라 건설에 맞서 인도도 지난 수년간 국경 인근 도로·다리 건설 등을 위해 예산을 2배로 늘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인도는 평화적으로 현재 대립 상황을 해결하기를 원한다"며 긴장 완화 조치도 동시에 추구할 뜻이 있음을 드러냈다.

싱 장관은 지난 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과 회담을 열고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도 10일(현지시간) 회견 후 공동보도문에서 분쟁사태 완화에 공통 인식을 이뤘다고 밝혔지만, 아직 가시적 진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외교장관 회담 후에도 양국 군대의 실질적인 철수작업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인도가 정세 완화를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하기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인도 국경분쟁 해결 답보상태…"겨울까지 갈 수도"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싱 장관의 강경발언과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국내 지지를 모으고 의회에서 국방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상하이(上海) 사회과학원 국제관계연구소 후즈융(胡誌勇) 부연구원은 "겨울이 다가오면서 보급 비용이 커질 것인 만큼 인도군은 큰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인도의 경제적 어려움도 부담이라고 전망했다.

후 부연구원은 하지만 "인도군은 대부분 하층계급 출신으로, 정책결정자들은 파키스탄과의 교착상태에서 매년 수백명의 군인이 추위로 사망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중국과의 분쟁에서도 유사할 것인 만큼, 장기간 교착국면에 대비해야 한다.

긴장이 겨울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인도가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는 못하겠지만 소규모 도발은 가끔 발생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한 익명의 중국 전문가는 "싱 장관은 의회에서 장기간 교착상태로 큰 비용이 들고 군에 더 많은 세금이 쓰여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실상은 인도군이 수차례 합의를 위반했으며, 불필요한 지출과 희생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싱 장관의 발언은 인도군의 능력에 대한 과신을 보여준다"면서 하지만 이는 환상일 뿐이며 중국군이 장비·보급·전략 등 핵심적 측면에서 모두 인도보다 월등하다고 말했다.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중국·남아시아 협력연구센터 류쭝이(劉宗義) 비서장은 "싱 장관의 발언은 인도 정부가 거센 국내적 압력에 직면해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중국과의 전쟁 시 참패할 것이고 군대 철수 시 국내 민족주의자들이 실망할 것인 만큼 딜레마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1962년 양국의 국경분쟁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면서 "평화적 해결에 좋지 않은 신호"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