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러 루카셴코와 회담…"안보지원 의무 이행, 15억달러 차관 제공"
"양국, 매달 연합군사훈련 계획"…루카셴코 정권 지지 입장 확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 후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옛 소련 '형제국' 벨라루스에 군사·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14일(현지시간)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회담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회담을 시작하며 벨라루스 정국 위기와 관련 "우리는 벨라루스인들이 스스로 외부의 조언이나 압력 없이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푸틴, '퇴진 위기' 벨라루스 대통령에 군사·경제 지원 약속(종합)
벨라루스 사태에 서방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푸틴은 이어 "(정국 위기 타개를 위해) 개헌 작업을 시작하자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제안은 논리적이고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정부와 의회로 나누어주는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하고 그 뒤에 대선과 총선을 실시하자는 루카셴코의 정국 위기 해법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푸틴은 또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고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옛 소련권 국가들의 군사협력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틀 내에서의 의무를 포함해 벨라루스에 대한 모든 의무를 철저히 이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방과의 군사적 충돌 등 비상시에 벨라루스에 대한 군사안보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이와 관련 푸틴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앞으로 1년 동안 거의 매달 양국 영토에서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당장 14일부터 벨라루스에서 지난해부터 계획된 양국군 연합훈련이 시작돼 며칠 동안 진행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루카셴코는 벨라루스 국경에서 불과 15km 떨어진 리투아니아에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부대가 배치됐다면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양국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벨라루스에 15억 달러(약 1조7천억원)의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에 루카셴코는 "최근의 사건들은 우리가(벨라루스가) 우리의 '큰 형'(러시아)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경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자신의 정권을 지지해준 푸틴에게 사의를 표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 이후 처음으로 외국 방문 길에 올라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소치 회담 결과는 루카셴코 정권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 '퇴진 위기' 벨라루스 대통령에 군사·경제 지원 약속(종합)
벨라루스에선 지난달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한 달이상 계속되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가 자진 사퇴하고 재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서방도 야권을 지지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퇴진·재선거 불가 입장을 밝힌 루카셴코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루카셴코와 경쟁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앞서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 국민이 아닌 '독재자'와 대화하기로 한 것은 아주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소치 회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무엇에 대해 합의하든 그것은 법적 효력이 없으며 불법적인 루카셴코와 체결한 모든 조약은 새로운 정권에 의해 재검토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