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는 현실주의자…이념색채 덜할 것"
“이념적인 색채를 줄이고 아베 신조 총리 내각에서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는 성장 전략을 세심하게 챙길 것으로 기대한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정치학과 교수(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6일 일본 총리에 취임하는 스가 요시히데 신임 자민당 총재를 ‘탈이념적인 현실주의자’로 평가했다. 아베 내각의 정책을 계승하면서 장기집권의 부작용을 해소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또 “한국 측에서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해 온 아베 정부가 끝났다는 점에서는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게이오대 현대한국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니시노 교수는 일본 내 최고 한국 전문가다. 일본에서 한·일 양국의 외교라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학자로 꼽힌다.

니시노 교수는 스가 차기 총리가 아베 내각 계승을 여러 차례 강조한 데다 정치적 안정성을 원하는 일본 국민의 여론을 받아들여 새 내각의 방향성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시점,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에 따라 정국 운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15~16일 자민당 간부 인사와 새 내각 구성에서 기존 인사들을 많이 유임시킬수록 중의원 해산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다음 총선에서 새 총리로 지명받을 때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인사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니시노 교수는 스가 차기 총리가 헌법 개정 같은 이념적인 정책에 매달리기보다 휴대폰 요금 인하, 국가 정보기술(IT) 전략을 총괄하는 디지털청 설치와 같이 보다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총리 관저가 오랜 기간 정책을 주도하면서 나타난 ‘손타쿠(忖度·관료들이 알아서 정치인들의 눈치를 보는 행태)’와 정권 막바지에 두드러진 ‘사회적인 손타쿠’의 해소도 기대했다.

니시노 교수는 “한·일 관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양국 지도자의 생각과 행동”이라며 “한국 정부가 새로운 일본 정부의 출범을 잘 활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 중국 문제 등에 밀려 일본 정부가 물리적으로 한·일 관계를 다룰 수 있는 시점은 일러야 연말”이라며 “그때까지 강제징용 피고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최대한 늦추는 등 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니시노 교수는 “코로나와 관련해 K방역의 성공은 아베 정부 인사들도 인정한다”며 “스가 차기 총리도 한·일 관계와는 별개로 두 나라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하는 현실감각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