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중국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 미국사업부 인수전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쳤다. 그런데 오라클이 완전히 틱톡 미국사업부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가 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미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틱톡의 미국사업부 인수 관련 우선협상자로 오라클을 낙점했다. 오라클은 바이트댄스의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는 미 사모펀드(PEF) 운영사 제너럴 애틀랜틱, 세콰이어 캐피탈과 손을 잡고 틱톡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바이트댄스는 앞서 MS에는 탈락을 통보했다.

초기에는 오라클 컨소시엄이 틱톡 미국사업부 인수를 단독으로 우선협상할 권리를 보유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후에는 완전 인수가 아닌 파트너십 결성의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사업을 통째로 매각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종의 제휴관계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트댄스와 오라클은 틱톡 미국 사업부의 지분을 오라클이 인수하는 등 여러 방식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 미국 사업부의 경영에 미국 기업인 오라클을 끌어들이면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사업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하지만 미 정부가 이 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틱톡 인수전은 MS 컨소시엄과 오라클 컨소시엄의 양자 대결구도였다. 틱톡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소셜미디어 기업 트위터는 자금 열세 등으로 중도에 유력 후보군에서 멀어졌다.
오라클이 틱톡 인수전에 도전장을 던졌을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는 MS의 우위를 점쳤다. MS는 상반기 말 기준 오라클의 3배 이상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한때 미국 외 지역의 틱톡 사업부문까지 통째로 인수하는 안을 검토할 수 있을 정도였다. B2C 사업 경험도 풍부하다. MS는 월마트 등과도 손을 잡으며 컨소시엄 구성에도 힘을 기울였다.

반면 오라클은 MS에 비해 대단한 장점이 없어 보였다. B2B 사업 중심이었던 오라클이 틱톡 같은 B2C 사업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오라클의 보유 현금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오라클에게도 강점이 있었다. 오라클의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기부금 모금 행사를 개최할 정도로 각별한 친분을 갖추고 있다. 또한 바이트댄스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 PEF 운용사들의 합류도 오라클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PEF 운용사들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바이트댄스에 틱톡 매각시한을 이달 15일까지로 제시하면서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해 왔다.

틱톡은 전세계에서 6억89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은 적자 상태지만 앞으로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