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은 강대국 간의 경쟁에 끼이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13일 베트남뉴스통신(VNA)과 외신에 따르면 전날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의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 회원국들은 역내와 세계 모든 국가가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고 지원하는 건설적인 공헌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 장관은 또 미국과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아세안 회원국들은 국가 간의 경쟁 사이에 끼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외교부 장관도 "남중국해는 평화와 안정, 교역의 바다가 돼야지 결코 분쟁의 무대가 될 수 없다"며 최근 상황을 우려했다.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남중국해를 끼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남중국해 미중 갈등에 아세안 국가들 "끼고 싶지 않아"
이런 가운데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며 반(反)중국 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대폭 강화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이와 관련,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9일 개최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은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해양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등 무력 과시와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남중국해 군사화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아세안 회원국들을 향해 "큰소리만 내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면서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위한 전초기지 건설에 참여했다는 이유 등으로 24개 중국 국영기업에 대해 단행한 제재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하는 등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12일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등 27개국이 참석한 ARF에는 폼페이오 장관과 왕이 국무위원이 나란히 불참하고 각각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뤄자오후이 외교부 부부장을 대신 참석시키는 등 추가 격돌을 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