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인터뷰서 발표…승차 공유 성공하려면 "택시기사 수익 올려줘야"
"한국 진출 계획 없어…동남아 진출 위해선 지역 잘 아는 기업과 손잡아야"
"코로나19 위기였지만 배달 서비스 늘고 전통산업 디지털화 오히려 기회"
[인터뷰] 밍 마 그랩 사장 "한국서 2억달러 투자…한국과 유대 강화"
승차 공유 서비스로 시작해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디지털 경제 플랫폼으로 성장한 '그랩'(Grab)의 밍 마 사장은 11일 한국의 사모펀드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그랩에 2억 달러(약 2천371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밍 마 사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승차 공유 서비스와 관련, 동남아 택시업계와의 협력에 대해서는 택시 업체의 기사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알리며 긴밀하게 협력했다고 소개했다.

밍 마 사장은 동남아에 집중하겠다면서 현재는 한국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동남아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들에 "동남아는 지리와 문화, 언어·경제 발전 그리고 소득 인구통계학 등에서 매우 다양하다"며 현지 시장을 상세하게 아는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야만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밍 마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승차 공유 서비스가 감소하는 등 위기를 맞았지만, 음식·물품·식료품 등의 배달이 증가하고 전통적인 오프라인 업체들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는 디지털화를 강화함으로써 기회로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밍 마 사장은 2016년 10월 그랩에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싱가포르 본사에서 그랩의 전략적 파트너십 및 투자 등을 총괄하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 전역에서 12년간 재무 및 투자 전문가로 경험을 쌓았으며, 그랩 영입 전에는 소프트뱅크에서 차량공유 및 전자상거래 선두기업에 대한 투자를 총괄했다.

다음은 밍 마 사장과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인터뷰] 밍 마 그랩 사장 "한국서 2억달러 투자…한국과 유대 강화"
-- 최근 한국에서 투자를 받았다고 들었다.

투자사와 규모, 내용은.
▲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의 2억 달러 투자 사실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

요구가 다양화하는 동남아시아 고객들을 더 잘 지원할 수 있도록 빠르게 성장하는 배달 서비스는 물론 상업·금융 서비스 분야를 더 확장하는데 이 투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제까지도 현대차·SK·미래에셋·네이버·롯데·삼성전자 등 굴지의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온 만큼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한국과의 유대 관계가 더 강해질 것이다.

-- 한국에는 우버나 그랩과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가 없다.

기존 택시업계 등과의 갈등 때문이다.

그랩도 유사한 문제에 직면했을 텐데, 어떻게 이를 해결했나.

▲ 그랩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의 택시 업체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은 승차 공유 서비스 전략의 일부가 돼왔다.

우리는 언제나 이들 택시업체와 밀접하게 일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만 그들이 우리 사업의 장기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택시 업체의 운전자들에게 더 많이 벌 기회를 제공한다.

예컨대, 싱가포르에서는 대부분의 택시 업체들과 제휴하고 있다.

'저스트 그랩' 승차 공유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은 고정된 금액으로 개인 차량은 물론 택시 업체 택시들을 이용할 수 있다.

-- 2년 전 그랩 고위 관계자가 한국 취재진에게 당분간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려고 하고, 한국 진출은 계획이 없다고 했다.

현재도 그대로인가.

▲ 동남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지만 디지털 경제 및 그 혜택에 접근이 제한된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동남아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동남아에서는 성인의 절반 미만만이 은행 계좌를 갖고 있고, 지역 내 소규모 중소기업의 3분의 1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람들이 디지털 경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운송 서비스, 음식·식료품·물건 배달, 결제·금융 서비스와 같은 중요한 일상 서비스를 확대하고 온라인판매를 지원해 소규모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소득 기회를 더 많이 창출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인터뷰] 밍 마 그랩 사장 "한국서 2억달러 투자…한국과 유대 강화"
-- 그랩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넘어서 이제는 음식 배달, 헬스케어, 보험, 모바일 결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어떻게 가능한 일이었나.

▲ 아주 좁은 범위의 특정 지역에 포커스를 맞추는 '하이퍼로컬'(Hyperlocal)이 그랩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핵심이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 등을 가진 동남아와 같은 곳에서 특정 지역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올 수 있는 실용적 해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예컨대 우리는 각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승차 공유 수단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고정된 금액으로 택시나 개인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저스트 그랩' 서비스를, 캄보디아나 필리핀에서는 '그랩 뚝뚝'과 '그랩 트라이크'라는 지역 현지 삼륜차를 이용한 서비스를 각각 제공한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는 도심의 극심한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이용한 '그랩 바이크' 서비스도 갖고 있다.

-- 한국 정부의 '신남방 정책'으로 동남아 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의 관심도 커졌다.

동남아 시장 진출을 생각하는 한국 기업들에 조언해준다면.
▲ 동남아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은 변화하는 그리고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을 만큼 민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 시장을 잘 아는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특정 지역에 맞춘' 해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

동남아시아의 주요 특징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는 물론 언어, 경제 발전, 인프라 접근성, 소득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도 파편화(fragmentation)가 크다는 점이다.

이것이 한국 및 전 세계 많은 기업이 그랩과의 파트너십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동남아시아의 어느 플랫폼이나 기업도 우리만큼 빠르게 진화하는 이 지역 내 고객들의 추세를 잘 이해하고 있지 않다.

-- 코로나19 시대는 모든 기업에 도전의 시간이고, 이는 그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어려움을 기회로 바꾸는 노력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 코로나19 사태는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정도의 공중보건 위기다.

우리 사업에도 영향을 끼쳤지만, 그러나 보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를 가질 추세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두 가지 주요 사례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 조치로 승차 공유 서비스는 초기 타격을 받았지만, 이동의 제약은 소비자들이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생필품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결과 우리는 음식과 물품 그리고 식료품 배달이 급증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배달 증가 추세는 동남아 지역 봉쇄 조치가 종료되더라도 금방 사라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또 하나는 디지털화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선한 생선과 농산물을 파는 시장과 같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업도 이제는 온라인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랩은 이에 따라 그랩은 라마단 e-바자(전자 시장) 등 오프라인 업체들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디지털화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들을 시작했다.

6월 초에는 판매상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온라인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그랩머천트' 플랫폼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랩은 앞서 지난 6월 화상 콘퍼런스를 통해 동남아시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빠른 속도로 디지털 시장에 합류하고 있다며, 3∼4월 7만8천명 이상의 동남아 판매상이 파트너로 합류했고 그랩을 통한 소상공인의 온라인 매출도 21% 늘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