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이
민간투자·생산성 향상 가로막아"
5차 부양책은 美 의회서 부결
그린스펀이 본 美 경제…"인플레·재정적자가 큰 문제"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10일(현지시간) 미 경제의 뇌관으로 ‘인플레이션’과 ‘재정 적자’를 지목하며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불행하게도 내 견해로는 인플레이션이 가장 우려되는 문제”라며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이 민간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TV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정부의 재정적자에 대해 “미 연방정부의 지출 불균형은 통제 불능 상황에 있다”고 진단했다. 연방정부의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올 9월) 재정 결손은 지난 7월 기준 2조4500억달러에 달한다. 코로나19 봉쇄조치 속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예산 지출을 급격히 늘린 결과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사회보장과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메디케어(고령자 의료 지원) 등 정부 지출에 따른 재정적자를 꾸준히 경고해왔다. 이번에도 그는 “우리는 은퇴 부문에 대한 지출이 엄청나게 증가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눈앞에 놓인 재정적자 규모는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미 공화당이 상원에서 발의한 3000억달러 규모의 5차 부양책이 민주당의 반대로 찬성 52표 대 반대 47표로 부결됐다. 상원을 통과하려면 찬성이 최소 60표(필리버스터 저지를 위한 최소 표)가 나와야 한다. 공화당의 부양책은 2조2000억달러 규모의 민주당 부양책보다 규모가 훨씬 작아 ‘초미니 부양책’으로 불렸다. 양당 사이의 견해차가 크기 때문에 오는 11월 대선 전까지 추가 부양책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미 연방정부가 주당 600달러씩 지급한 실업수당이 뚝 끊기면서 ‘소비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주당 300달러를 실업수당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 시장의 회복세도 주춤하고 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와 비슷한 88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실업수당 신규 청구 감소세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용시장의 회복 동력이 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인 수요 자체가 급감하면서 ‘일시휴직’이 ‘영구휴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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