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미래관계 8차 협상 돌입…진전 없으면 합의 불발 가능성
브렉시트 불확실성 커지며 파운드화 가치 1% 이상 하락
영국 수석대표 "EU, 현실적이어야"…'노 딜' 준비 강화 시사(종합)
유럽연합(EU)과의 미래관계 협상 수석대표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총리 유럽보좌관이 '노 딜'(no deal)을 불사하겠다며 EU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과 EU는 이날부터 런던에서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8차 협상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해 프로스트 보좌관은 협상 상대방인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와 직접 머리를 맞댔다.

프로스트 보좌관은 바르니에 수석대표를 만나기에 앞서 강경한 영국 정부의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우리는 6개월간 대화를 나눠왔다.

더이상 잘 다져진 길로 갈 수는 없다"면서 "EU는 영국의 독립국으로서의 지위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아주 제한된 시간 안에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는 EU가 호주와 맺은 것과 같은 조건 하에 교역하게 될 것"이라며 "연말에 이렇게 되는 것에 대한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호주 모델의 경우 기본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기반한 느슨한 무역 관계를 갖되, 항공 등 중요한 분야에서는 별도 합의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EU와 자유무역협정 합의가 불발할 경우 WTO 체제하에서 교역하는 방안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수석대표 "EU, 현실적이어야"…'노 딜' 준비 강화 시사(종합)
전날 영국이 국내법을 통해 기존 EU 탈퇴협정 일부 조항을 지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협상을 앞두고 계속해서 강경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영국 정부는 오는 9일 공개할 '내부시장법'(The internal market bill)에서 EU 탈퇴협정에서 합의된 일부 내용을 뒤집거나 삭제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넘어가는 상품과 농식품, 동물 등의 통관 및 검역과 관련한 내용, 영국 기업에 관한 국가보조금 관련 내용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내부시장법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EU는 이를 전체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영국의 위협으로 보고 있다.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만약 영국이 EU 탈퇴협정을 전면적으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무역협정 협상이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마틴 총리는 "EU 탈퇴협정은 국제 조약으로, 영국이 합의된 내용을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협상은 아무 가치 없는 공허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내부에서도 EU 탈퇴협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영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직전 총리였던 테리사 메이 의원은 "영국이 법적 의무가 있는 합의를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를 향후 미래의 국제사회 파트너들에게 어떻게 확신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영국 법무상 밑의 최고관료인 조너선 존슨 사무차관이 이날 사임을 결정한 것도 정부의 EU 탈퇴협정 무시에 대한 항의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브렌던 루이스 영국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은 내부시장법으로 인한 EU 탈퇴협정 합의를 어기는 것이 "아주 구체적이고 제한된 방식이지만 국제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상황이 변하면 영국과 다른 나라들이 자신들의 의무를 검토해야 할 분명한 우선순위가 있다"고 말했다.

EU 일각에서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노 딜'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양측은 최근 7차 협상까지 진행했지만, 공정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과 영국 수역에 관한 접근권 등 핵심 이슈에 대한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잠잠했던 '노 딜'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파운드화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이날 파운드-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 이상 하락한 1.3034 달러를 기록해 8월 13일 이후 가장 낮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