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36.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거래일 대비 7.6%(3.01달러) 급락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도 5.3%(2.23달러) 떨어진 39.78달러에 장을 마쳤다. 9일(한국시간) 오후 3시 기준 WTI와 브렌트유는 이보다 더 내린 36.44달러, 39.48달러에 거래됐다. 모두 지난 6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시아 수출가격 인하가 유가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 CNBC 등은 사우디 석유공사 아람코가 10월 인도분 아랍경질유의 공식판매 가격(OSP)을 1.40달러 인하했다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아 석유 수요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가격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원유 수요 감소를 짐작케 하는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중국의 하루 평균 원유 수입량은 1123만배럴로 6월(1299만배럴)과 7월(1213만배럴)보다 크게 줄었다. 시장조사기관 DNB마켓은 다음달까지 계속 중국의 원유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석유 수요가 완전 회복되려면 최소 3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유가는 2030년 고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는 게 BoA의 관측이다.

달러화 강세도 유가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거론된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유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지난 8일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대비 0.81%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으로 수개월 간 유가 하락에 대한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수급 조절을 위해 감산에 합의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OPEC+)이 감산 완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