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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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마존 등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시장이 랠리를 이어가다 최근 급락세를 보인 데는 손정의 회장(사진)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투기적 베팅’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8월 이후 미국 기술주에 대한 콜옵션(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그 여파로 지난 몇 주간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대형 빅테크 주식이 급등했다는 분석이 월가에서 확산하고 있다.

투자가가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콜옵션을 사들이면 옵션을 매도한 증권회사 등은 손실을 헤지하기 위해 같은 종목의 현물 주식을 사들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프트뱅크그룹이 사들인 콜옵션이 40억달러(약 5조7580억원) 규모라고 보도했다. 현물 주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500억달러가 넘는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옵션 거래 규모는 2017~2019년 평균치의 세 배에 달했다. FT는 “손 회장이 정보기술(IT) 주가의 랠리를 촉발한 ‘나스닥의 고래’로 드러났다”며 “위험한 베팅이었다”고 전했다. WSJ는 “창업 초기 유망기업에 장기투자해온 손 회장의 과거 투자 스타일에서 벗어난 일탈”이라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콜옵션을 집중 매수한 사실이 보도되자 4일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기술주에 대한 매도 주문이 이어졌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해 사들인 기술주를 되팔면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 탓이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그룹이 “앞으로도 콜옵션 매수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반전했다. 급락했던 애플 주가도 보합세로 거래를 마쳤다.

WSJ는 ‘로빈후드(온라인증권사 로빈후드를 통해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옵션 투자도 주가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급증한 콜옵션의 매수 잔액은 6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투자조사회사 선다이얼캐피털리서치는 “코로나19로 도박장이 문을 닫자 로빈후드와 같은 온라인증권사를 통해 옵션에 손을 대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그룹과 개인투자자의 콜옵션 매수세가 미국 기술주를 끌어올린 원동력이라면 앞으로 주가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 투자조사회사 헬리테이지캐피털은 “주가 하락에 불안을 느낀 일부 투자자의 환매가 방아쇠 역할을 해 대규모 환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