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명소관리위원회, 에멧 틸 생가 '예비 명소' 목록에 올려
65년 전 미 민권운동 불 지핀 흑인 소년의 집 '명소 지정' 추진
1955년 백인 여성을 희롱했다는 이유로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한 흑인 소년 에멧 틸(당시 14세)의 생가가 미국 시카고시의 공식 명소(Landmark)로 지정될 전망이다.

시카고시 명소관리위원회(Commission on Chicago Landmarks)는 시카고 남부 우드론 지구에 소재한 틸의 생가를 예비 명소 목록에 올리는 내용의 조례안을 4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명소관리위는 검증 기간을 거쳐 틸이 살았던 215㎡ 규모의 빅토리아 건축양식 2층 주택을 공식 명소화하고, 시카고 시의회의 승인을 얻는다는 계획이다.

틸은 1955년 8월 미시시피주의 삼촌 집에 놀러 갔다가 인종적 증오의 피해자가 됐다.

그는 사촌들과 찾은 한 식료품점에서 백인 여성 캐롤린 브라이언트를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가 여성의 남편 일행에게 납치됐으며, 사흘 만에 인근 강가에서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틸의 목에는 가시 철망이 감겨있었고, 얼굴은 극심한 구타로 인해 형체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으며, 몸은 목화씨 제거용 기계에 눌려있었다"고 전했다.

틸의 어머니는 아들의 장례식에서 관 뚜껑을 열어놓고 잔혹하게 폭행당한 아들의 모습을 공개했으며, 이 사건은 당시 흑인 민권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틸을 살해한 로이 브라이언트와 J.밀람은 당시 재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으나, 1956년 1월 한 잡지 인터뷰를 통해 범행을 자백했다.

틸이 자신의 몸을 만지고 성적으로 희롱하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던 캐롤린 브라이언트는 2017년 발간된 책 '에멧 틸의 피'(The Blood of Emmett Till)에서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역사학자 매트 크로포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사망 65주기를 맞은 틸과 그의 가족에게 위안이 될 뿐 아니라 현재 미국이 마주하고 있는 인종차별주의 반대 움직임에 부합한다"고 평했다.

예비 명소 목록에 오른 이상 틸의 생가는 철거되거나 개보수 공사를 할 수 없다.

65년 전 미 민권운동 불 지핀 흑인 소년의 집 '명소 지정' 추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