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앞으로 중화권 해외 주식 전문가의 기고를 연재합니다.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미국을 넘어 중국 등 아시아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기고를 맡은 우건 JK캐피털 매니저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라자드운용과 매뉴라이프운용 등을 거쳐 홍콩에 본사를 둔 프랑스계 헤지펀드인 JK캐피털에서 아시아 정보기술(IT) 및 헬스케어산업에 대한 투자 집행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화권 주식이야기] 중국 이미지센서 업계의 리더 '윌세미'
지난해 이미지센서(카메라 렌즈로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반도체) 업계에 큰 지각변동이 있었다. 업계 선두주자인 미국 옴니비전이 윌세미(603501 CH)라는 중국의 작은 반도체 디자인 회사에 매각된 것이다.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윌세미는 원래 중국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PMIC(전력반도체)나 RFIC(통신반도체) 등을 디자인하는 회사로 선두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런 작은 회사가 옴니비전이라는 글로벌 선두권의 이미지센서 회사를 집어삼킨 것이다. 인수 이후 두 회사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지지부진하던 옴니비전의 매출은 윌세미와의 합병 이후 매분기 40% 이상 증가하는 등 크게 성장했다.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윌세미는 2007년 위런롱이라는 엔지니어에 의해 설립됐다. 위런롱은 칭화대에서 무선통신을 전공한 뒤 인스퍼라는 중국 서버 제조업체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후 반도체 유통업체를 운영하던 위런롱은 직접 디자인한 반도체를 판매하면 더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직접 설계한 반도체를 판매하는 윌세미를 설립했다. 특히 이미지센서 산업의 높은 성장성을 눈여겨본 위런롱은 2018년 슈퍼픽스라는 CMOS이미지센서 업체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엔 옴니비전까지 인수했다.

옴니비전은 1995년 대만의 기술자들에 의해 설립된 회사다. 2001년 CMOS이미지센서 디자인을 개발해 피쳐폰 시절부터 휴대폰 카메라에 이미지센서를 납품해왔다. 이후 애플의 아이폰4 등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납품을 맡았다. 하지만 휴대폰보다는 자동차나 산업용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던 옵니비전은 휴대폰 시장에서 지위를 점차 소니와 삼성전자에 내줬다. 글로벌 이미지센서 시장이 휴대폰 위주로 성장하면서 현재는 전체 이미지센서 시장의 70%를 휴대폰이 차지하고 있다. 한때 시장을 선도했던 옴니비전의 시장점유율은 10%대로 쪼그라들었다.

이미지센서 시장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카메라 개수와 카메라당 픽셀의 개수가 늘면서 매년 20% 이상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소니가 50%, 삼성전자가 25% 가량 시장을 점유하는 구도다. 이들은 이미지센서의 소형화와 픽셀의 집적도 상승을 통해 시장을 주도해 왔다. 애플을 소니, 삼성은 자사제품을 이미지센서를 주로 사용하며 성장을 지속했다. 반면 옴니비전의 지위는 점차 약화됐다.

지난해 윌세미의 인수 이후 옴니비전 매출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휴대폰시장에서 5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제조업체가 자국 반도체 사용을 늘리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렸다.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소형 고밀도 칩 개발에 집중한 옴니비전은 최근 48메가픽셀, 64메가픽셀 등 고사양 이미지센서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옴니비전의 이미지센서를 채용하면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윌세미(옵니비전) 제품 사용률이 높아짐에 따라 윌세미 매출은 계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자동차 및 산업용 시장에서 이미지센서의 고성능화가 기대되는 점도 성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윌세미는 현재 중국에 있는 반도체 디자인 회사 중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과 기술경쟁력을 두루 갖춘 회사라고 판단된다.

우건 JK캐피털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