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에 머물며 ‘원격 캠페인’을 해온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5개월 만에 첫 장외 유세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자 공세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은 31일(현지시간) 대표적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제강공장을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은 트럼프 체제에서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가”라며 “트럼프는 미국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또 “보건과 경제, 범죄, 인종주의 등에서 미국이 얼마나 위험해졌는지 보여주기 위해 여기로 왔다”며 “트럼프는 오래전 도덕적 지도력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현장유세를 재개한 바이든의 이날 연설로 선거운동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비판에 집중해왔지만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자 ‘트럼프가 이긴다면 미국 국민이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다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쟁점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대선의 승부처인 경합주 지지율 격차는 줄어드는 양상이다. 정치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바이든은 경합주인 미시간주에서 8.4%포인트 앞섰지만 한 달 후 격차가 2.6%포인트에 불과했다.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에서의 격차는 2~4%포인트에 그쳤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선 바이든이 오히려 0.3%포인트 뒤졌다. 폭스뉴스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앞선 격차가 지난 대선 때보다 작다며 트럼프가 더 좋은 상태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머슨대가 30~31일 조사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은 오차 범위(±2.4%) 이내인 단 2%포인트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정치전문 더힐은 “트럼프는 올해 상당 기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게 심하게 뒤처졌다”면서도 “양당 전략가들은 공화당이 더 결집하면서 트럼프 지지율이 오르고 대선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바이든이 평화 시위라는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파괴자들에게 정신적 지원을 해줬다”며 “민주당이 장악한 지역에선 폭력과 파괴가 성행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내가 이겨야 미국이 더 안전하다”며 바이든이 불법 시위와 폭동을 조장했다며 화살을 돌린 것이다. 그러면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 총격 후 시위가 거세진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1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지지자 결집을 위한 행보다. 그는 급진 좌파에 휘둘리는 바이든이 집권하면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며 ‘법과 질서’를 강조해 왔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