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체코 상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유감 표시를 넘어 보복을 시사했다. 대만을 별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긴 데 대한 입장 표명이다.

3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30일(현지시간) 독일에서 밀로스 비르트르칠 체코 상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비르트르칠 체코 상원의장은 상원의원, 프라하 시장 등과 함께 이날 대만에 도착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왕 외교부장은 “중국 정부와 중국 국민은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르트르칠 상원 의장의) 근시안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에 대해 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했다.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로 보고 있는 중국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실히 드러낸 것이다. 왕 외교부장은 비르트르칠 상원의장의 배후에 반중국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보복할 것인지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비르트르칠 상원의장은 왕 외교부장의 언사에 대해 중국이 체코의 내정을 간섭하려 든다며 반발했다. 그는 “체코는 모든 나라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자유 국가”라며 “이번 대만 방문은 특정 국가와 정치적으로 대립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왕 외교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유럽 5개국 순방에 나섰다. 미중갈등이 격화되면서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다지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틈틈이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도 이어가고 있다. 노르웨이를 방문 중이던 27일에는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노벨평화상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