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출신 여성 무용수와 협업 '혐의'
이란 법엔 금지 조항 없어…"종교적 규율 우선"
이란 음원사이트는 여성 모습 지우고 서비스
이란 당국이 문제삼은 협업 프로젝트 중 한 장면. 여성 무용수가 남성 작곡가가 쓴 곡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이란 당국이 문제삼은 협업 프로젝트 중 한 장면. 여성 무용수가 남성 작곡가가 쓴 곡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이란의 한 남성 음악가가 여성 예술가들과 함께 협업했다는 이유로 가택 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에서 작곡가 겸 음악인으로 활동하는 메흐디 라자비안은 여성과 함께 음악 영상 작업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10일 체포된 뒤 보석으로 풀려나 가택 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란 법무부 등은 로이터통신이 보낸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라자비안은 차기 작업 중 라자비안이 쓴 곡에 맞춰 여성 무용수가 춤을 추고, 여성 보컬리스트가 노래를 한다는 내용이 현지 언론 등에 보도된 이후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자비안의 체포 근거로 추정되는 영상엔 이란 출신 여성 무용수 헬리아 반데가 라자비안이 작년 발매한 '중동' 앨범 중 한 곡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겨 있다. 반데는 이란 밖에 거주하는 여성 예술인으로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헬리아 댄스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

이란은 그간 남녀 혼성 공연과 여성의 무대 공연 등을 제재해 왔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이란은 그간 여성의 문화활동 등을 이유로 예술가 수백명을 체포했다. 지난 5월엔 여성 가수인 네자르 모아잠이 전통 의상을 입은채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다.

이란 당국은 올초엔 작곡가 알리 감사리가 한 콘서트에서 여성 가수 출연 금지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공연 금지 조치를 내렸다.

2014년엔 이란 남녀 여섯명이 함께 미국 음악가 패럴 윌리엄스의 곡 '해피'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전부 체포당했다. 이들에게는 최소 1만달러(약 1180만원) 이상의 벌금이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파 TV에 출연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공개 사과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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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공연 뿐만이 아니다. 이란의 음원 사이트인 멜로바즈는 아예 앨범 표지에 나온 여성 가수들을 포토샵으로 모두 지운채 음원을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달 발매된 카이고와 티나 터너의 협업 음반은 여성인 티나 터너 모습이 삭제된 채로 나와있다. 트와이스 등 K팝 가수 앨범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엔 법적 근거가 없다는게 이란 문화계 안팎의 지적이다. 하디 가에디 이란인권센터 소장은 "이란엔 여성의 음악 활동을 금지하는 법이 없다"며 "대신 이슬람 종교지도자들이 내린 종교적 결정이 임의로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술가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비영리단체(NGO) 프리무스는 "일방적으로 현실을 해석하는 종교 교리를 정치 권력이 지지하면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라자비안은 "한 음악 저널리스트가 라자비안과 여성 음악가 관련 내용을 기사에 언급했다가 체포돼 며칠간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 음악 작업에 여성의 목소리와 춤이 필요하다면 협업을 할 것"이라며 "내 스스로를 검열하지 않겠다"고 로이터통신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라자비안은 2013년과 2015년 각각 이란에서 반체제 목소리를 퍼뜨렸다는 혐의 등으로 옥살이를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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