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미 국내선 변경수수료 폐지를 선언했다. 고객이 비행기편을 변경할 때 내는 변경수수료는 그동안 항공사들에게 ‘짭짤한’ 수익원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객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는 변경수수료를 포기해서라도 고객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30일(현지시간) 미 국내선 변경수수료를 앞으로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전에는 미 국내선 변경수수료로 건당 200달러(약 23만원)를 받아 왔다. 단 국내선 항공권 중에서도 환불불가 조건으로 나온 저가 이코노미 좌석 등 일부는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제선 변경수수료도 현행대로 유지한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항공사들은 과거 힘든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고객 서비스를 희생했다”며 “하지만 유나이티드항공은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미 현지에서는 유나이티드항공을 시작으로 미 대형 항공사들이 국내선 수수료 폐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 주요 항공사 중에서는 이미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수수료 0’을 내세우며 마케팅을 해오긴 했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저가항공사다. 대형 항공사로 꼽히는 곳 중에서 국내선 변경수수료 영구 폐지를 공식 발표한 곳은 유나이티드항공이 최초다.

항공사들에게 변경수수료는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큰 주요 수익원이다. 수화물 요금과 더불어 미 항공사의 양대 수익원으로 꼽힐 정도다. 미 항공사들은 미 국내선 변경수수료로 건당 200~500달러를 부과해 왔다. 이렇게 미 항공사들이 지난해 거둬들인 항공권 변경 및 취소 수수료는 총 28억달러(약 3조3000억원)였다. 유나이티드항공의 모회사인 유나이티드항공 홀딩스 한 곳만 해도 지난해 취소 및 변경 수수료로 6억2500만달러(약 7400억원)를 거둬들였다. 이중 55% 가량이 미 국내선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의 과도한 수수료 거둬들이기는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항공사들은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추가 요금제를 만들고 여러 수수료를 부과해 왔다. 컨설팅회사 아이디어웍스 컴퍼니에 따르면 항공사가 고객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는 최근 10년 동안 5배 상승했고, 항공사 전체 매출 중 15%를 차지했다. 수수료가 항공권 가격보다 더 많이 부과되는 경우가 발생할 정도였다. 소비자단체와 국회의원들이 꾸준히 항공사들에 수수료 정책 철회를 요구했지만 항공사들이 버텼던 이유다.

하지만 오히려 항공사들에게 극한의 위기가 온 코로나19 이후에 역설적으로 수수료 폐지 결정이 나왔다. 그럼에도 유나이티드항공은 수수료를 폐지해서라도 고객을 잡고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먼 미래를 대비하는 생존전략이라고 판단했다는 평가다.

기내에서 코로나19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취소 수수료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 증상이 의심되더라도 취소 및 변경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비행기 탑승을 강행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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