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합의 '밀린 숙제'하는 중국…美원유 수입 급증

7월 미국산 원유 수입 전달보다 5배로 늘어나
농업부도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 기조 천명

중국이 최근 미국산 원유 수입을 크게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27일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해 7월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원유가 366만6천만t으로 전달보다 524.38% 폭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작년 동월과 비교해도 139.24% 증가했다.

올해 1∼4월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은 거의 없었다.

5월 55만t을 기록한 이후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급증은 1단계 무역 합의를 유지하기 위한 상대편 달래기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양국은 지난 1월 중국이 미국 공산품과 에너지, 서비스 구매를 대폭 확대하는 대신 미국이 대중 관세 압박 강도를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그렇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전방위적인 미중 갈등의 여파로 중국의 미국 상품과 서비스 구매는 합의상의 계획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라 중국은 올해 770억 달러를 포함, 내년까지 2년간 총 2천억달러어치의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미국으로부터 추가로 사야 한다.

특히 중국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원유와 천연가스 등 미국 에너지 제품 524억 달러어치를 사게 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대폭 확대는 무역 합의 중간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양국 간 고위급 회담 개최 직전에 이뤄진 것이다.

구체적인 구매 수치를 놓고 합의 이행 여부를 평가하기에 앞서 중국이 급하게 '밀린 숙제'를 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다.

차이신은 "업계 내부 인사들은 (중국의 미국산 원유 급증) 배경에는 (미중) 디커플링을 막으려는 의도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전방위적인 미중 갈등이 신냉전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서도 양국은 1단계 무역 합의만큼은 유지하기로 뜻을 모은 상태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5일 오전 전화 통화를 하고 무역 합의를 계속 이행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별히 중요시하는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 의지도 천명했다.

탕커(唐珂) 농업농촌부 시장국장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에 따라 미국산 대두 수입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하반기 우리나라의 대두 수입량은 늘어나고 가격은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중국의 미국 상품 구매 확대는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교역국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작지 않다.

7월 미국산 원유 수입량이 급증한 가운데 중국의 주요 원유 도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브라질에서 수입된 원유는 모두 전달보다 감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