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릴 만큼 최측근이었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사진)가 20일(현지시간)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 긋기에 나섰으나 대선을 앞두고 미 정국에 파장이 예상된다.

뉴욕남부지방검찰청은 이날 배넌과 다른 남성 3명을 온라인 모금 사기 혐의 등으로 체포해 기소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배넌 등은 2018년 12월 모금 사이트에 ‘우리는 장벽을 세운다’라는 페이지를 개설해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모금을 했다. 미-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를 지지하는 기부자들로부터 총 2500만달러(약 297억원)를 모금하면서 “기부한 돈은 전부 장벽 건설에 사용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35만달러를 자택 수리와 요트, 고급차, 보석 등을 사용하는 데 쓰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으며 횡령 과정에서 배넌이 설립한 비영리단체와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했다. 배넌은 이 단체를 통해 100만달러 이상을 챙긴 뒤 이를 개인 지출 수십만달러를 채우는 데 사용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배넌은 이날 코네티컷주 해안의 3500만달러짜리 호화 요트에 있다가 체포됐다.

배넌의 체포는 트럼프 재선 도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관련 모금행사에서 연설한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와 상대하지 않았다”면서 거리두기에 나섰다.

배넌은 극우성향 매체인 브레이트바트의 창업자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정권 출범 후엔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맡아 일부 국가 출신의 미 입국 금지, 파리 기후협약 탈퇴 등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다른 참모들과의 잦은 충돌과 돌발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고 2017년 8월 백악관에서 퇴출됐다. 이후 배넌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극우 포퓰리즘을 지원하는 등 외곽 활동을 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