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유엔본부 방문…"모든 유엔제재 복원절차 개시 알렸다"
이란핵합의 탈퇴한 미국의 요구자격 논란…英·佛·獨 "미국 지지 못해"
미, 안보리에 '이란 제재 복원' 요구…중·러 '반대'(종합2보)
미국이 2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이란 제재 복원(스냅백)을 공식 요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를 직접 방문해 안보리 순회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디안 트리안샤 드자니 유엔 주재 대사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 명의로 작성된 서한에서 미국은 이란이 2015년 타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위반했다며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 재부과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크래프트 대사는 서한에서 유럽의 JCPOA 당사국들이 이란의 합의 준수를 설득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그 회원국들의 광범위한 노력과 완전한 외교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심각한 합의 불이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 미국은 이란이 JCPOA의 약속을 심각하게 불이행하고 있다고 안보리에 통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이란에 대한 사실상 모든 유엔 제재 복원 절차를 개시한다고 알렸다"며 "우리의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다.

미국은 세계 최대 테러지원국이 자유롭게 비행기, 탱크,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사고파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18일 만료 예정인 대이란 무기금수 제재와 관련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무기금수를 연장하지 않은 것은 어마어마한 실수이자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지난주 미국은 이란 무기금수 제재를 무기한 연장하는 결의안을 발의했으나 단 1개국(도미니카공화국)의 찬성표를 추가로 얻는 데 그쳐 부결당했다.

안보리 내에서도 미국의 요구가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의 동맹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제재 복원 요구는 이란 핵합의를 뒷받침하는 노력과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 핵합의를 지키기 위해, 이란은 지연 없이 모든 합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재 복원에 앞서 핵합의를 지키도록 이란을 압박하는게 우선이라는 논리를 내세운 셈이다.

대이란 제재복원을 요구할 자격이 미국에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지난 2018년 먼저 이란 핵합의에서 발을 뺀 미국이 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제재 복원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견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미국에 제재 복원을 요구할 권리도, 법적 근거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당연히 우리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21일 이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도 이날 안보리 의장 측에 대이란 제재 복원 통보와 함께 미국이 제재 복원을 요구할 법적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설명 문건을 별도로 제출했다.

미국은 이란 핵합의 최초 참가국이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탈퇴 결정에도 불구하고 제재 복원을 요구할 권리를 계속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란 핵합의에 관한 안보리 결의안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통보로 대이란 제재 유예를 연장하는 다른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30일 후 제재가 재부과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만약 제재 유예 연장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자격에 관한 법적 논란 때문에 다른 회원국들이 미국의 요구를 그냥 무시할 수 있다고 AP는 예상했다.

마지드 타크트 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이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며 다른 국제사회 구성원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고 있다"며 안보리가 미국 요구를 거부해줄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