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지 음모론' 돌직구…흑인·여성 특화 비주류매체 콕집어 정체성 부각
거침없는 해리스, 트럼프에 "거짓말·사기"…인터뷰도 타깃전략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자신에 대해 '시민권 음모론'을 제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거짓말과 사기에 가담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특히 해리스 의원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낙점된 뒤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여성'이나 '흑인'에 특화된 비주류 매체들을 콕 집어 잇따라 인터뷰를 하며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과 그에 맞는 타깃을 분명히 함으로써 여성, 흑인표를 흡수하려는 득표 전략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해리스 의원은 이날 보도된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상 매체인 '더 그리오'(The Grio)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피선거권 시비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캠프측을 향해 "그들은 미국 국민에게 충격파를 미치고 있는 진짜 현안으로부터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시도에 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추긴 이른바 '버서(birther·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어서 피선거권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 음모론에 대한 답변이었다.

해리스 의원은 "나는 그들이 그(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 내내 해온 곳에 가담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며 "툭 터놓고 솔직히 이야기하자. 그들은 거짓말에 가담하려고 하고 있다.

그들은 사기에 가담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전하는 데 있어 우리가 싸움 없이 성취해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터뷰는 전날 이뤄진 것이어서 그 시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트럼프가 별세하기 이전인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애도의 글을 올렸다.

앞서 과거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버서' 음모론을 적극 옹호한 전력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민자 자녀인 해리스 의원에 대해 부통령 후보 출마 자격이 없다는 식의 '시민권 음모론'에 불을 질러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센 역풍에 부딪히자 결국 15일 "우리가 추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 발 뺐지만 해리스 의원의 공직 출마 자격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점은 명쾌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해리스 의원은 또한 인터뷰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자신이 변화의 추동력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진영 내 진보 인사들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여러분은 여러분이 찍는 후보들과 사랑에 빠지지 못할지 모른다"며 "그러나 주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영향받은 친척이 있든, 아니면 여러분이 실업자가 됐든, 여러분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들을 둘러본다면, 또는 백신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을 갖도록 하는 문제에 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둘러본다면 많은 문제가 이번 선거 결과에 달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해리스 의원은 부통령 후보 지명자로서의 활동을 연이은 흑인 여성 기자들과의 인터뷰로 시작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해리스 의원은 '의도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현재까지 있었던 두번의 인터뷰 모두 흑인여성 기자가 진행했다.

주요 정당의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이면서 상원 내에서 두번째 흑인 여성의원이라는 상징적 효과를 선거전에서 극대화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실제 더 그리오 인터뷰도 흑인의 삶 향상 방안 등에 대해 초점이 맞춰졌다고 한다.

해리스 의원은 흑인 사회에 대한 자신의 성과에 책임질 자세가 돼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전적으로 그렇다.

그러나 그것 아느냐. 사람들이 투표하지 않는다면 이는 대화의 주제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흑인의 투표 참여를 적극 독려했다.

앞서 해리스 의원은 지난 14일 부통령 후보 지명 후 첫 인터뷰를 미국 여성에게 투표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제19조에서 이름을 딴 비영리 신생 매체 '제19조 뉴스'(The 19th 뉴스)와 진행했다.

해리스 의원은 당시 인터뷰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자신을 낙점한데 대해 "흑인여성을 러닝메이트로 선택, 우리나라의 가장 단단한 장벽을 부수려는 대담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차별적인 발언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지만, 해리스 의원은 여성에게 특화된 매체와 첫 인터뷰를 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을 당당히 부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침없는 해리스, 트럼프에 "거짓말·사기"…인터뷰도 타깃전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