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하기 위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17일(미 동부시간) 개막한다. 바이든은 미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을 러닝 메이트로 지명한데 이어 '전당대회 대관식'을 통해 판세 굳히기에 나선다. 이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위스콘신,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 등 핵심 경합주를 돈 뒤 24~27일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트럼프 바람'을 일으키는 맞불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17~20일 나흘간 매일 밤 9~11시에 열린다. 원래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대규모 행사로 기획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화상 전당대회로 대체됐다.

전당대회엔 민주당 출신의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빅샷'과 버니 샌더스·엘리자베스 워런·피터 부티지지 등 바이든과 경선에서 맞붙었던 후보들이 총출동해 바이든을 '옹립'한다.

2016년 대선후보로 트럼프에게 석패한 힐러리 클린턴,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바이든 부인 질 바이든도 지지연설자로 나선다.
당내 주류인 중도파와 최근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는 진보 성향인사들까지 모두 '반(反) 트럼프' 깃발 아래 바이든 아래로 똘똘 뭉치는 모습이다.

전당대회 하이라이트는 20일 바이든의 후보 수락연설이다. 사상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해리스는 19일 부통령 수락연설을 한다. 바이든과 해리스 모두 바이든의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컨벤션센터인 체이스센터에서 군중 없이 화상으로 수락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미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서고 있는 바이든은 전당대회가 흥행에 성공하면 판세를 굳힐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의식한듯 트럼프 캠프는 '김빼기 작전'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위스콘신주와 미네소타주, 18일 애리조나주에 이어 20일엔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 일대를 방문한다.

이들 주는 모두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경합주로 꼽힌다. 특히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은 바이든이 태어난 곳이다. 트럼프 캠프는 스크랜턴 일대에서의 유세와 관련해 "바이든이 미국을 실망시킨 반세기를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이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하는 날, 바이든의 고향 인근에서 '바이든 때리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캠프는 또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중 96시간(나흘) 동안 유투브 메이화면의 배너광고를 트럼프 홍보와 바이든 비판으로 도배하기로 하는 등 막대한 정치 광고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한편 뉴욕 경찰(NYPD) 노조는 14일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팻 린치 뉴욕경찰 노조 위원장은 자신이 경찰관으로 근무한 36년간 경찰노조가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한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뉴욕은 시장과 시의회 등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아성이다. 이런 곳에서 경찰 노조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선 건 극히 이례적이다. 최근 인종차별 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데다 민주당 일각에서 경찰 예 삭감 주장까지 나오는데 따른 반발로 풀이된다.

그동안 인종차별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여론에서 불리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뉴욕경찰 노조의 지지선언으로 여론전에서 반전의 계기를 갖게 됐다. 뉴욕경찰 노조는 뉴욕시 현직 경찰 2만4000명을 대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뉴욕경찰 노조로부터 지지 의사를 전달받은 뒤 "바이든의 미국에선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고 바이든을 공격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