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일부 지역서 형성" vs "결론 내기엔 일러"
정부는 정책 옵션서 제외…신규 확진자는 3일째 6만명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도에서 집단면역이 바이러스 종식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집단면역은 지역 주민 상당수가 특정 감염병에 대해 면역력을 갖춘 상태를 뜻한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추가 감염자가 생기더라도 급속한 확산은 쉽지 않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많은 인구, 열악한 의료 인프라, 밀집 주거 환경 등의 악조건으로 인해 바이러스 퇴치가 쉽지 않은 인도로서는 귀가 솔깃할 대책인 셈이다.

'인구 대국' 인도에서 집단면역이 희망될까…의견 분분
◇ 일부 지역 항체 형성 비율 높아…"집단면역 가능성"

인도의 집단면역 형성 가능성은 최근 뉴델리와 뭄바이에서 진행된 항체 조사 후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공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 뭄바이 빈민 6천936명의 혈청을 조사한 결과 이 중 57%에서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빈민가 외 지역 주민의 항체 보유 비율도 1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뉴델리에서도 6월 27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주민 2만1천387명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23%에서 코로나19 항체가 발견됐다.

조사 후에도 확산세는 계속됐기에 주민 사회 항체 보유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현재 인도 인구 100만명당 공식 집계된 감염자 수가 1천780명(월드오미터 기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바이러스에 노출된 이들은 훨씬 많다고 추정할 수 있는 셈이다.

앞서 인도 정부가 지난 4월 말 2만6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상 가운데 0.73%가 이미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저명한 바이러스학자인 샤히드 자밀 박사는 최근 "정부 발표가 맞는다면 누적 확진자가 2배로 증가하는 속도 등을 고려할 때 7월 중순 인도의 감염자 수는 1억4천만∼1억5천만명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바이러스가 엄청나게 퍼졌을 가능성은 우려스럽지만 동시에 집단면역 형성에 대한 기대감은 커진 상황이기도 하다.

인도 국립역학연구원의 과학자문위원회 회장인 자야프라카시 물리일은 "뭄바이 빈민가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됐을 수 있다"며 "감염을 피하려는 뭄바이 주민들은 빈민가로 갈 만하다"고까지 말했다.

'인구 대국' 인도에서 집단면역이 희망될까…의견 분분
◇ 다른 전문가는 반론…"집단면역 사라질 수 있어…묘책 아냐"

반면 다른 전문가는 집단면역 형성에 기대를 걸기에는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뭄바이의 감염병 전문가인 옴 슈리바스타브는 CNN방송에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 등장한 지 8개월이 안 됐다"며 "결정적인 결론을 언급하기엔 너무 이르다"라고 말했다.

집단면역을 가능하게 하는 지역 사회 항체 형성 비율에 대한 의견도 다르다.

일부 전문가는 이 비율이 70∼90%에 이르러야 한다고 하고, 아담 클레크치코프스키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교수는 50∼70%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특정 지역에서 집단면역이 이뤄지더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 형성된 항체가 사라질 수 있고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다시 감염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레크치코프스키 교수는 CNN방송에 "집단면역은 묘책(silver bullet)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백신이 나와야 바이러스가 완전히 종식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스쿨의 데이비드 다우디 교수는 "결국 집단면역과 바이러스 통제에는 백신이 열쇠"라고 말했다.

'인구 대국' 인도에서 집단면역이 희망될까…의견 분분
◇ 인도 정부는 추가 실태 조사…"집단면역은 먼 미래 이야기"

인도 정부도 집단 면역 기대감과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라제시 부샨 인도 보건·가족복지부 특임관은 최근 "인도의 인구 규모를 고려할 때 집단면역은 전략적 선택이나 옵션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구 13억8천만명의 인도가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과정을 기다리다가는 수많은 이들이 병원 신세를 지거나 목숨을 잃는 등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는 것이다.

부샨 특임관은 인도에서의 집단면역 형성은 아직 먼 미래 이야기라며 "주민들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 등 적절한 지침을 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도 정부는 주민 사회 항체 형성 실태는 주기적으로 면밀히 조사하기로 했다.

우선 뉴델리 당국은 이달부터 매달 주민 1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항체 형성 여부를 조사해 감염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나갈 방침이다.

뭄바이 당국도 추가 혈청 조사를 할 예정이며 이 조사에서는 1차 조사 대상자들의 항체 감소 상황 등도 파악할 계획이다.

한편,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14일까지 246만1천190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6만4천553명으로 사흘 연속 6만명대를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여전히 거세다.

'인구 대국' 인도에서 집단면역이 희망될까…의견 분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