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수요 불확실에 환경 규제 여파
"정유마진 크게 내려 공장 돈 못 번다"
바이오디젤엔 정부지원금…수요 개선 전망도
사진 = 필립스66 홈페이지

사진 = 필립스66 홈페이지

미국 정유사들이 석유 정유시설을 바이오에너지 공장으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불확실한데다가 캘리포니아주 등에선 탄소 배출을 줄이라며 환경 규제를 강화하자 기업들이 사업 개편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유사 필립스66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로데오 정유공장을 바이오디젤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필립스66은 미국 3대 에너지 기업인 코노코필립스에서 2012년 분사한 기업이다.

새 공장은 8억달러(약 9470억원)를 들여 2024년 완공한다. 식용유나 동물성 지방 등을 원료로 연간 바이오디젤 6억갤런을 생산하는게 목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는 세계 바이오디젤 공장 중 최대 규모다.

필립스66은 이르면 2024년부터 로데오공장에서 6억8000만갤런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중 바이오디젤은 약 70%, 휘발유가 10% 제트연료가 20%를 차지한다. 기존에 별도로 추진중인 연간 1억2000만갤런 규모 바이오디젤 생산시설 구축 계획까지 마치면 바이오디젤만 연간 약 6억갤런을 생산할 수 있다.

필립스66은 올해 초 워싱턴주에 바이오디젤 공장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와 유가폭락 여파로 이를 취소했다. 대신 기존 정유공장을 바이오디젤 생산시설로 바꾸기로 했다. 밥 허먼 필립스66의 정제부문장은 “시장 여건에 맞는 대처 방안을 택한 것”이라며 “로데오 정유공장 등은 이미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선 정유공장이 바이오디젤 시설로 바뀌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엔 오하이오주 기반 석유기업 마라톤페트롤리엄이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정유공장을 바이오디젤 공장으로 바꾸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일평균 16만6000배럴을 생산할 수 있지만 지난 4월부터 임시 폐쇄 상태다. 유가가 너무 낮아 운영해도 이익이 나지 않아서다.

텍사스주 석유기업 홀리프런티어는 지난 6월 와이오밍에 있는 한 정유공장을 폐쇄하고 이를 2022년까지 바이오디젤 생산기지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클 제닝스 홀리프런티어 CEO는 “정유 마진이 크게 줄어 생산량을 늘릴 이유가 없다”며 “반면 바이오디젤은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생산시 정부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은 석유제품을 생산하느니 바이오디젤 설비를 늘리는게 중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석유 제품 수요가 크게 꺾였고, 세계 석유 소비가 수년간 침체에 들어갈 것이라고 봐서다.

반면 바이오디젤 등 재생에너지 수요 미래는 밝은 편이다. 캘리포니아주 등이 탄소배출량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재생에너지 관련 보조금도 늘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운송연료 생산단계 탄소배출량을 2010년 대비 20% 감축하는게 목표다. WSJ에 따르면 이에 따라 미국 바이오디젤 소비량은 10년간 두배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전역에 걸쳐 정유기업들은 코로나19로 침체된 석유 수요 때문에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그런 와중에 캘리포니아주 등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하고 나서면서 구명줄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에너지컨설팅기업 스트라타스의 마리진 판 더발 매니저는 “현재 석유 정제 시장은 과잉 상태”라며 “이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정유소 폐쇄와 용도변경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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