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열풍에 '헥토콘' 급성장
요즘 '트럼프 칼날'에 피말리는 시간 보내죠

정보 집착한 中 '바링허우' 기업인
맞춤형 뉴스앱 가입자 급증
"직원이 행복해야 성공한다"
일러스트=허라미 기자 ra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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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밍 바이트댄스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주력 자회사인 틱톡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시한 매각 마감 시한은 다음달 15일. 이때까지 틱톡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사업을 아예 접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틱톡 인수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트위터가 뛰어들었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장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일부 시장(미국)에서 큰 외부 압력에 직면했다”며 “가장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창업에 뛰어든 유별난 ‘신문광’
장 CEO는 중국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 기업인으로 꼽힌다. 2013년엔 포브스차이나가 선정한 ‘30세 미만 기업가 30명’에 선정됐다. 지난해 미국 포천이 뽑은 ‘중국 40세 이하 기업 영웅 40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1983년 중국 푸젠성의 평범한 가정에서 출생했다. 남들과 달랐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광적이라고 할 정도로 활자와 정보에 유난히 집착했다는 점이다.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독서광으로 통했다. 중학생 시절엔 매주 20~30개 신문을 꼼꼼히 읽었다. 2001년 중국 난카이대에 입학한 뒤로는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책을 읽었다. 국내외 신문과 잡지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책을 섭렵했다. 장 CEO는 신문과 책을 통해 세상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이렇게 얻은 통찰력은 그가 창업을 하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됐다. 장 CEO는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출시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당시 중국 인터넷 검색업체 쿠쉰에서 근무하고 있던 그는 ‘앞으로 웹사이트는 사람들의 바지 주머니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CEO의 전망은 적중했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소셜미디어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장 CEO는 2008년부터 다녔던 MS를 그만두고 음식배달 서비스 앱인 메이퇀뎬핑 창업자 왕싱과 중국판 트위터인 ‘판포우’를 만들었다. 휴렛팩커드(HP)를 비롯해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가입하면서 수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확보했다. 그러나 2009년 중국 정부의 조치로 웹사이트는 폐쇄됐다.
‘걸어 다니며 정보 얻는 시대’ 전망
장 CEO는 2011년에 대해 “연초만 해도 전철에서 신문을 읽는 사람이 꽤 있지만 연말에는 그런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회상한다. 2011년은 중국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와 맞물린다. 그는 ‘걸어 다니면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는 이듬해 뉴스 큐레이션 앱 진르터우탸오를 출시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성별과 연령, 직업, 활동 지역 등 개인 정보와 고객이 자주 검색하는 내용을 분석한 뒤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를 선별해 띄워주는 방식이다. 기존 언론사의 일방적인 편집 기능을 없애고 독자 스스로 그날의 톱기사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회사명을 오늘을 뜻하는 진르(今日)와 톱기사를 뜻하는 터우탸오(頭條)를 합쳐 지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의 전략은 잘 먹혔고 진르터우탸오의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창업 4년 뒤에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 운영사인 텐센트로부터 80억달러에 인수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장 CEO는 “텐센트 직원이 되려고 창업한 것이 아니다”며 이를 거절했다. 중국의 3대 인터넷 공룡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급성장한 틱톡…퇴출 압박받아
진르터우탸오는 2015년부터 미국과 브라질 일본 등에 진출하며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2016년에 내놓은 15초~1분짜리 영상 공유 앱 틱톡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 상반기 기준 틱톡 앱의 다운로드 건수는 6억2000만 건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용자 규모는 150여 개국, 10억 명에 달한다. 진르터우탸오는 2018년 말 가입자 7억 명을 확보하며 미디어업계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때 사명도 바이트댄스로 변경했다. 바이트댄스는 틱톡의 인기에 힘입어 세계 최초로 헥토콘 기업(기업가치 100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됐다.

직원들의 열정을 북돋는 독특한 기업 문화도 주목받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걸어서 20분 이내 거리에 사는 직원에게 월 1000위안(약 17만원)의 주택 보조금을 지급한다. 직원들이 회사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아침과 점심, 저녁까지 모든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장 CEO는 “직원들이 회사에서 식사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밥을 먹으면서도 일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내식당 주방장에게도 스톡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이 건강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맛있는 밥을 만들라는 의도가 담겼다.

바이트댄스가 당면한 과제는 미국의 퇴출 압박을 해결하는 일이다. 미 행정부는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와 틱톡 사용자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바이트댄스와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대해 바이트댄스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공포한 행정명령은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았으며, 매우 충격적이었다”며 “미국 정부가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으면 미국 법원에 고소하겠다”고 강조했다. 틱톡을 인수할 기업으로 MS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를 비롯한 관련 절차가 복잡해 정작 인수 타결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일각에선 나온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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