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들어 인수합병(M&A) 시장에 100억달러 이상 규모의 '메가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동이 걸렸던 거래가 재개되고,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정보회사 레피니티브를 인용해 최근 6주간 글로벌 M&A 시장에서 100억달러 이상 규모의 '메가딜'이 8건 체결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M&A 붐이 일었던 2007년 이후 하반기 기준으로 가장 빠른 속도의 증가세라고 FT는 분석했다.

대표적인 메가딜 사례로는 일본 대형 유통회사 세븐앤드아이홀딩스의 미국 편의점형 주유소 스피드웨이 인수(210억달러), 미국 반도체 회사 아날로그디바이시스(ADI)와 경쟁사 '맥심 인티그레이티드 프로덕츠'의 M&A(200억달러) 등이 있다.

마이클 카 골드만삭스 글로벌 M&A 부문 공동대표는 "코로나19로 움츠러드렀던 M&A 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며 "정말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인들의 최우선 과제는 M&A가 아니라 사업 정상화였다. 행동주의 투자자들 마저도 선뜻 M&A에 나서지 못할 정도로 시장의 불확실성도 컸다.

결국 주가가 살아나면서 M&A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6월과 7월에는 각각 3000억달러 이상의 M&A 거래가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 4월과 5월에는 각각 1300억달러에 불과했다.

앨리슨 하딩존스 씨티그룹 유럽중동아프리카 M&A 대표는 "밀린 일이 너무 많아 바쁘지만 딱 지금처럼만 같았으면 좋겠다"며 "대규모 전략적 인수합병,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업종에 속한 기업들 간의 주식 거래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스토르 파즈 갈린도 UBS 글로벌 M&A 공동대표는 "일부 기업들은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M&A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 4월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주식 거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규모가 큰 거래는 대부분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차지했다. 유럽에서는 독일 헬스케어 업체인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미국 의료장비 업체 베리언메디컬시스템 인수(164억달러)가 대규모 거래로 꼽힌다.

기업들이 M&A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블레어 에프론 센터뷰 파트너스 공동 창업자는 "지금 당장 문제는 여전히 비대면 환경이 이어지고 있고, 큰 베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돼야 본격적인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거래는 동영상 공유앱 틱톡 매각이다. 틱톡의 시장 가치는 5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트위터가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넥플릭스가 틱톡을 운영할 적임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앞으로 법률적 투쟁과 선전전을 강화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린 틱톡 금지 행정명령에 대해 법적 투쟁에 들어간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거듭된 제재에 좌절감을 느낀 데다가 중국 내에서 굴종적이라는 비판 여론이 크기 때문이다.

SCMP는 한 관계자를 인용해 "MS와의 매각 성사 가능성은 20% 이하"라며 "MS 측이 처음에 제시한 협상 금액이 터무니 없이 적었고, 트위터는 이보다도 더 적은 금액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