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발행되는 반중 성향 매체 '빈과일보'의 사주인 지미 라이(라이치잉·黎智英)가 지난 4월18일 자택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에서 발행되는 반중 성향 매체 '빈과일보'의 사주인 지미 라이(라이치잉·黎智英)가 지난 4월18일 자택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매체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가 11일(현지시간) 보석으로 풀려났다.

AFP통신 등이 보도에 따르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날 경찰에 체포된 지미 라이는 하루 만에 석방됐다. 보석금은 3만7600달러(약 4454만원)로 책정됐다.

그는 대략 자정께 자유의 몸이 돼 홍콩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경찰서 앞에 모인 지지자 수십명은 빈과일보 신문을 흔들며 "빈과일보를 끝까지 지지하겠다"고 외쳤다.

그들이 손에 쥔 빈과일보 1면엔 "빈과일보는 계속 싸우겠다"는 헤드라인이 선명하게 나와있다. 라이는 지지자들을 향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중갈등의 중심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검은 벤츠 승용차를 타고 경찰서를 떠나며 지지자들을 향해 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라이의 체포는 중국 본토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언론에 대해 본격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당국이 새로 시행한 홍콩보안법을 근거로 한 인신구속 사례 중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사건이었다.

앞서 경찰의 홍콩보안법 전담 조직인 '국가안보처'는 10일 오전 호만틴 지역에 있는 라이의 자택에서 그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200명이 넘는 경찰이 오전에 정관오 지역에 있는 빈과일보 사옥을 급습해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최고경영자(CEO) 청킴훙, 최고재무책임자(CFO) 차우탓쿤 등도 체포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하거나 국가전복, 국가분열을 주도한 사람에게 최고 종신형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이는 이중 외국 세력과 결탁한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라이의 두 아들도 함께 체포됐다. 큰아들은 빈과일보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의 사무실을 비서대행 서비스 용도로 사용해 토지 임대차 계약 등을 위반했을 수 있다고 친중 진영이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의 체포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라이를 '애국자'라고 칭했다. 폼페이오는 "나는 홍콩의 가혹한 국가보안법에 따라 지미 라이가 체포됐다는 보도에 심히 우려스럽다"며 "중국공산당이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고 시민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추가 증거"라고 비판했다.

라이는 한국에도 유명한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Giordano)의 창업주다. 1994년 톈안먼(天安門) 시위 강경 진압의 주역인 리펑(李鵬) 총리를 비판한 바 있고, 2014년에는 '우산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