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1000만명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세계 각국에 코로나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기구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가 올 가을부터 백신 개발 제약사들과 협상에 나서 2021년까지 20억회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11일 보도했다. 코백스는 확보한 백신을 내년 상반기부터 약 75개 회원국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원국들은 인구의 20%까지 코백스가 확보한 코로나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미국 등 일부 선진국들이 코로나 백신을 싹쓸이하는데 대항해 지난 6월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의 공동 제안으로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 의약시장 조사업체 에어피니티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등이 제약사들로부터 선구매한 코로나 백신은 25억회분에 달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개발도상국과 백신 쟁탈전에서 밀린 국가들은 백신이 개발된 후에도 상당 기간 치료제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우리나라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코로나 백신을 확보한 사례가 없다. 코백스가 백신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면 우리나라도 내년 상반기부터 약 1000만명분의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코백스는 백신 공동구입 자금을 사전 출자하는 조건으로 이달 말까지 참가국을 모집한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영국, 노르웨이,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75개국이 참가를 약속했다. 반면 설립을 주도한 독일과 프랑스 등 EU 회원국들은 포르투갈 등을 제외하면 참가에 소극적이다.

참가국은 지구촌 백신 공급 연대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백신 구매비용을 출자한다. 출자규모는 200억달러(약 23조75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출자한 자금의 일부는 참가국 외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공급하는데도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코백스에 참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미국은 백신 개발사들과 입도선매 계약을 맺어 다른 선진국들과 백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백신을 자국 내에서 소비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