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실적 악화일로
'마이너스 유가' 시기가 2분기에 집중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도 애플에 뒤처져
배당 지속…98%가량이 사우디 정부로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분기 순이익은 전년대비 4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아람코는 11일(현지시간) 2분기 당기순이익이 65억7000만달러(약 7조80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73.4% 내렸다고 밝혔다. 작년 2분기 아람코 당기순이익은 약 247억달러(약 29조3260억원)였다. 이번 실적은 기존 시장 예상보다도 낮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당초 아람코의 2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0% 낮을 것으로 봤다.

아람코 실적은 올들어 크게 내렸다. 2분기 순이익은 직전 1분기 순이익의 반토막 이하 수준이다. 1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5% 하락했는데도 이보다 더 내렸다.

이는 유가 폭락기가 회계상 2분기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원유 수요가 크게 줄어든 와중에 사우디가 러시아 등과 증산 경쟁을 벌이면서 전례없는 하락세를 겪었다.

사우디가 원유 증산을 발표한 것은 지난 3월7일이다. 이때문에 3월 중순부터 5월중순까지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를 밑돌았다. 이중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며 배럴당 -37달러까지 내렸던 4월 말 저유가세는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이날 발표로 아람코는 올 2분기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도 미국 IT기업 애플에 뒤처졌다. 애플의 지난 4~6월(애플 회계연도 3분기) 순이익은 113억달러(약 13조4160억원)로 아람코 2분기 순이익의 약 1.7배에 달한다. 작년 4~6월엔 애플의 순이익이 100억달러(약 11조8730억원)로 아람코의 40% 수준에 그쳤으나 코로나19 이후 두 기업간 자리가 확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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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는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줬다. 지난 7일 종가 기준 애플 시가총액은 약 1조9000억달러(약 2255조8700억원) 수준이다. 아람코 시가총액은 지난 9일 기준 약 1조8000억달러(약 2137조1400억원)다.

아람코의 2분기 총현금 흐름은 211억달러(약 25조원)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380억달러(약 45조원)에 비해 줄었다.

아람코는 이날 “견조한 실적을 냈다”며 주식 배당금 지급은 기존 계획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올해 총 750억달러(약 89조원)를 배당할 예정이다. 2분기엔 187억달러(약 22조원)를 배당한다.

아람코의 배당금 지속 계획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나 로열더치셸 등 다른 석유 대기업과는 다른 행보다. 이들 기업은 이번 분기 대부분 배당을 아예 보류하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의 닐 베버리지 애널리스트는 "다른 석유회사들이 배당 계획을 재설정해 현금을 아끼는 동안 아람코는 기업공개(IPO)시 호언장담했던 배당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약 120억달러를 빌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배당금은 거의 대부분이 사우디 정부로 들어간다는 게 외신들의 지적이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 지분의 98%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며 “아람코는 석유 장기 수요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봉쇄조치를 완화하고 경제 재개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에너지 수요 감소가 연간 실적에 부담이 되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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