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베트남] '하노이 자본주의'라는 전례없는 실험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약 2시간 반을 달려 하이퐁항(港) 인근에 이르자 빈패스트(VINFAST)의 ‘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팜 녓 브엉 빈그룹(Vin Group) 회장이 베트남 최초의 토종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세운 ‘바벨탑’이다. 동남아시아 어느 기업도 성공하지 못한 ‘자동차 독립’에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하이퐁의 빈패스트 생산 공장은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단숨에 하늘에 닿을 수 있다고 믿었던 수천 년 전 고대인들의 열망을 닮았다.

베트남 재계 1위인 빈그룹을 이끌고 있는 브엉 회장은 1200여 개의 산업용 로봇들로 채워진 최첨단 자동차 공장을 짓는데 35억 달러(약 4조1800억원)를 쏟아 부었다. 한 해 매출(2017년 4조6000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빈패스트가 자리한 딥씨(Deep Sea) 산업단지는 마치 사막 위의 오아시스 같았다. 아직 주변에 보이는 거라곤 갯벌을 메워 이제 막 부지를 조성한 넓은 공장용 부지뿐이다. 깔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도로 위로 소떼들이 한가롭게 지나 다녔다.

비현실적인 풍경을 지나 20여 분을 달리자 330ha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연산 25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과 전기오토바이 생산시설이 나타났다. 빈패스트는 이곳에 BMW 등 빈패스트와 제휴한 글로벌 기업들의 엔지니어들과 베트남 ‘인재’들로 구성된 R&D(연구·개발) 센터도 갖춰 놨다.

10만㎡ 규모의 자동차 조립 공장은 로봇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스위스의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ABB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거대 로봇 팔들이 조립 라인에 위병(衛兵)처럼 서 있다. 약 6000개의 용접선을 따라 로봇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면 한 시간마다 완성차 35대가 뚝딱 만들어진다. 품질 관리를 위해 각 단계 다마 3D스캐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연간 25만대를 생산이 빈패스트가 1단계로 세워 놓은 목표다. 향후 2단계 땐 5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브엉 회장은 베트남 제2의 수출항인 하이퐁에 최첨단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했다. 현대동차처럼 머지않아 자동차를 수출하겠다는 야심에서다. ‘축적의 시간’쯤은 단숨에 생략할 수 있다는 듯 독일, 일본이 이룩한 ‘제조업 4.0’의 총아를 하이퐁에 통째로 이식했다. 빈패스트와 제휴한 독일 기업은 BMW, 지멘스, 보쉬, 듀어, 슐러, 아이젠만, FFT, EBZ 등이다. 일본에서도 던롭, 히로텍 등이 우군으로 참여했다. 한국에선 포스코가 강판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빈패스트를 단지 브엉 회장이라는 한 기업인의 야심작이라고 보는 건 거울의 한 면만을 보는 것과 같다. 오히려 베트남의 미래를 보여 줄 가늠자로 해석하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한국, 중국처럼 첨단 제조업을 육성해 세계 무역 시장에서 자웅을 겨뤄보겠다는 베트남의 야심이 빈패스트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는 얘기다.

빈패스트가 하이퐁 공장의 첫 삽을 뜬 뒤, 2019년 6월 첫번째 양산차인 파딜(Fadil)을 출시하기까지는 불과 21개월이 걸렸다. 엄청난 속도전이었다. 공장 부지 선정에서부터 기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허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이퐁 생산 공장 기공식도 베트남 독립기념일인 9월2일(2017년)로 잡았다.

베트남 정부는 빈패스트가 제대로 가동되기 위한 모든 인프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선 궁벽한 시골 어촌 마을인 하이퐁을 대규모 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계획을 진행시켰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도로, 항만, 전력 등 인프라를 갖추기가 용이했다. 베트남 정부의 요청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한 회사는 한국의 LG전자였다. 2013년 베트남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하노이를 낙점, 그 해 9월에 공장 설립에 착공했다. 2014년 10월 LG전자가 TV, 청소기, 에어콘을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로 하이퐁에만 LG그룹 8개 계열사가 진출했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한국 정부가 EDCF 자금을 2억 달러 지원하는 등 총 17억 달러짜리 하노이와 하이퐁을 잇는 고속도로가 2015년 부분 개통됐다. 해안을 방어한다는 의미로 해방(海防)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하이퐁은 중국의 역대 왕조들이 베트남 왕조를 침범할 때마다 관문으로 삼던 곳이다. 베트남의 1000년 고도(古都)인 하노이는 방어를 위해서라도 하이퐁과의 연결로에 공을 들일 이유가 없었다. 총 연장 105km짜리 고속도로가 건설되기 전까지 두 도시를 잇는 도로는 국도 5호선이 전부였다. 그나마 하롱베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베트남의 최대 수입원이 된 덕분에 국도라도 깔렸다.

빈패스트의 탄생을 이해하기 위해선 빈그룹의 성장 과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베트남 중부 출신의 브엉 회장은 러시아 유학파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8년 노점상인 어머니와 군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내 꿈은 소박했다. 내 가족을 부양하기만 바랐다”고 회고할 만큼 어려운 형편에서 자랐다. 유년 시절의 브엉 회장은 수학에 천부적 재능을 지녔다고 한다. 덕분에 모스크바 지질탐사대학으로의 유학 기회를 얻어 경제학을 전공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인맥을 쌓은 그는 특유의 사업 수완을 발휘해 라면 유통 등으로 초기 자본을 모았다.

1993년 졸업 후 모스크바를 떠나 아내와 우크라이나 하리코프에 정착한 것은 브엉 회장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놨다. 그곳에서 그는 소련 붕괴 후 굶주리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값싼 즉석조리 식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테크노컴을 창업해 즉석 국수를 팔기 시작했다. 1995년 35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2대의 생산 라인까지 갖춘 그는 ‘미비나(Mivina)’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사업을 키워나갔다. 1998년에는 국수 판매가 100만 봉지를 돌파했고 테크노컴은 즉석 조리용 감자, 양념 등을 30여개국에 수출하는 대형 식품사로 성장했다. 미비나 국수는 2009년 시장 점유율 98%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국민 브랜드로 우뚝 섰다.

베트남에서 빈그룹의 성장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베트남으로 돌아온 팜 회장은 부동산 기업 빈컴(VinCom)과 관광·호텔 회사 빈펄(VinPearl)을 설립하고 2012년에는 빈컴과 빈펄을 합병해 빈그룹을 탄생시켰다. 연간 매출 1억 달러를 올리는 우크라이나 테크노컴을 2010년 네슬레에 매각한 뒤였다.(서울경제 뉴스 등)

그를 명실상부한 재력가로 만들어 준 건 리조트 사업이었다. 베트남 남부의 휴양 도시인 나짱(Nha Trang)에 빈펄 리조트를 지으면서 일약 ‘스타’로 부상했다. 나짱은 당시 러시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베트남 휴양지였다. 리조트 개발과 함께 브엉 회장은 호찌민과 하노이에서 대규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 승승장구했다.

빈그룹은 주요 대도시의 알짜배기 땅들을 속속들이 사들였다. 2018년에 호찌민에 베트남 최고층 빌딩 ‘랜드마크81’을 세웠다. 하노이의 최고 상류층들이 살고 있는 메트로폴 아파트도 빈그룹이 개발했다. 하노이 롯데타워 인근엔 있는 메트로폴 아파트 부지는 노다지나 다름없는 땅이다. 누가 개발하든 투자 수익은 엄청날 터였다. 그 땅을 빈그룹이 차지했다. 브엉 회장은 전국의 도시에 쇼핑몰을 세우고, 휴양지엔 고급 리조트들을 건설했다. 각 단지마다 빈맥(VinMac)이라는 대형 민간 병원도 함께 들였다. 최고급 사립학교인 빈스쿨(VinSchool)도 운영 중이다. 2019년 말엔 빈대학(Vin University)도 설립했다.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선 ‘베트남(VietNam)이 아니라 빈남(VinNam)’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최근엔 중간 계층을 위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 미쯔비시(Mitsubishi)와 노무라(Nomura) 부동산 개발과 함께 호치민의 대규모 도시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2020년 2월 일본 회사들은 이 프로젝트에 9억8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베트남은행들이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빈그룹이 자동차산업, 전자산업 등에 막대한 투자로 자금에 어려움을 겪자 일본 회사들과 손을 잡은 것이라는 분석이 베트남 언론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빈그룹의 부동산 자회사인 빈홈즈(Vinhomes)가 약 50,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0,000세대 주거용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으로 전부 30층 건물 21개 동이며,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삼았다. 미쯔비시와 노무라가 각각 40%, 빈홈즈가 20%를 투자할 계획하기로 했다. 병원, 학교, 상가 등 근린시설이 포함되며 2개의 침실을 갖춘 아파트 가격은 11만8,000달러 가량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외곽에도 수만 세대를 입주시킬 수 있는 빈그룹의 ‘스마트 시티’가 지어지고 있다. ‘빈홈에서 살고 빈마트에서 장 보고, 빈스쿨에 다니고, 빈 자동차를 타며, 빈 스마트폰과 가전을 사용하고, 빈맥에서 진료 받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빈그룹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이마트를 합쳐 놓은 것과 비슷하다. 정부와 지방성 인민위원회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과정은 과거 한국의 기업 성장사와 매우 비슷하다. 정부가 국가의 부(富)를 특정 기업에 몰아주고, 그 대가로 기업은 정부가 원하는 일을 하는 방식이다. ‘개발 독재’ 시절 한국의 대기업들도 정부로부터 독점에 가까운 특혜를 제공 받았다. 빈그룹은 불과 4~5년 만에 베트남 재계 1위로 올라섰다.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재벌이 된 형국이었다. 2016년에 출범한 12기 베트남 정부는 비효율적인 국영기업 대신에 빈그룹이라는 민간 기업을 전면에 내세워 베트남 개조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이다.

브엉 회장은 하이퐁에 자동차 공장을 세운데 이어 자회사인 빈스마트(VinSmart)를 통해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는 야심도 품고 있다. 스페인 업체와 제휴해 ‘V스마트’ 시리즈 4종에 대한 양산을 시작했다. 2021년까지 50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이는 2018년 베트남에서 팔린 휴대폰 1,500만대의 33%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전자 박닌(Bắc Ninh)성 공장에서 키워 놓은 엔지니어들도 업계 최고의 연봉을 제시하며 대거 영입했다.

2019년 하반기엔 하노이 인근 첨단산업단지인 호아락(Hòa Lạc)에 스마트TV 공장을 만들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 정보기술(IT)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2019년 3월엔 연구개발(R&D) 계열사인 빈테크(VinTech)의 첫 해외 연구소를 경북 대구에 열었다. 일본·이스라엘·미국 등에도 연구시설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SK와 한화가 빈그룹에 각각 10억달러, 4억 달러씩 투자한 것도 이런 일련의 과정들에 주목해서다. SK그룹 관계자는 “베트남의 향후 발전 과정에서 누가 주체가 될 지를 면밀히 분석했다”며 “정부, 국영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아니라 베트남은 빈그룹과 같은 대기업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빈그룹의 제조업 진출이 자의에 따른 것인 지, 아니면 타의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지지는 정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는 빈그룹이 이 만큼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빈그룹은 제조업 진출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신디케이트론을 성사시켰다.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금융기관들이 돈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대마불사(大馬不死)’ 공식이 적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재계 1위인 빈그룹을 베트남 정부가 설마 망하게야 하겠냐는 것이다. 빈그룹의 해외 자금 조달은 싱가포르 출신의 CIO(최고투자책임자)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딧스위스 싱가포르는 빈그룹의 주요 거래를 성사시킨 IB(투자은행) 하우스다.

조(兆) 단위의 투자금이 들어간 하이퐁의 생산 공장은 도이치뱅크 등 독일 금융기관이 담보로 잡고 있다. 애초부터 이번 투자는 독일 정부 기관의 보증을 받아 도이치뱅크가 금융 지원을 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독일로선 꿩먹고 알먹기 식 거래라고 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이자를 벌고, BMW 등 제조업체는 기술 수출로 댓가를 얻는다. 설사 빈패스트가 망하더라도 담보로 잡은 공장을 인수해 전기차 플랫폼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빈그룹의 자동차 국산화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실험이다. 부품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완성차부터 생산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다. 생태계 완성을 기다리다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도 던지지 못한 채 고사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빈그룹으로선 생사를 건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빈그룹은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인 빈마트 등 소매 부문과 농업 계열사를 재계 2위인 마산그룹에 매각했다.
베트남 정부가 빈패스트를 통해 도달하려고 하는 목표는 자동차 부품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2017년 출범과 함께 빈패스트가 세운 부품 국산화율(localization rate) 목표는 60%다. 사실상 ‘그라운드 제로’에서 출발한 빈그룹이 최종 타깃에 도달할 수 있을 지는 베트남 경제의 미래를 가늠하기 위한 핵심 바로미터다.

2019년 말 기준으로 빈패스트의 주요 부품 공급처는 대부분 외국계다. 차체(body parts)는 보쉬와 BMW가 공급한다. 전기전자 부품(electric & electronic parts)도 BMW, LG화학, AC델코, 컨티넨탈이 공급처다. 내장(interior parts) 역시 보쉬와 지멘스가 맡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14년7월(No. 1211/QD-TTg)과 2015년 10월(No. 1829/QD-TTg)에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산업 육성에 관한 마스터 플랜을 내놨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및 부품 회사들과 협력해 로컬 회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외국 기업의 100% 지분을 허용하고, 세제 및 관세 혜택을 제공하는 등 글로벌 업체들의 베트남 진출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자동차 생산 거점으로 평가받고 있는 태국과 맞대결을 하겠다는 의지다.

2014년 마스터 플랜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2020년을 베트남 자동차 산업 원년으로 삼고 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000달러를 넘어서고, 하노이와 호찌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신흥 부호들이 급증하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4년 17만대 수준이던 베트남 자동차 판매량은 2015년 27만대, 2016년 30만대, 2017년 28만대, 2018년 34만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FiinGroup 등에 따르면 2035년엔 판매량이 196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정부는 이 중 80%(153만대)가 CKD(Completely Knock Down, 완전조립생산) 및 SKD(Semi Knock Down, 부분조립생산) 형태로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때까지 부품 국산화율 목표치는 40%다. 2019년 6월 기준 20%에서 두 배로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브엉 회장도 인구 1억 명에 달하는 베트남 내수 시장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의 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빈패스트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브엉 회장은 “빈그룹의 생태계를 통해 판매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들어 빈그룹은 빈홈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빈패스트 자동차를 할인해주고, 빈스마트폰을 공짜로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빈그룹 직원들에겐 저렴한 가격에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임대해주고 있다.

베트남의 자동차 생산 능력은 연산 814,000대(2019년 6월 기준) 규모다. FiinGroup에 따르면 빈패스트가 연간 250,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갖춰 생산 능력 면에선 베트남 내 1위다. 기아자동차, 피아트, 마쯔다 등과 제휴해 꽝남(Quang Nam)성에 자동차 조립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타코(Thaco)가 207,000대로 2위다. 실제 자동차 판매량으로는 타코가 베트남 내 1위 회사다. 이 밖에 현대자동차와 탕콩(Thanh Cong)이 합작해 만든 현대-탕콩이 연간 102,000대 생산 능력을 갖춰 3위고, 빈푹(Vinh Phuc)성에서 조립공장을 운영 중인 토요타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25년이면 베트남 내 생산 능력이 1,404,000대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타코가 2025년까지 12만대 증산 계획을 내놨고, 현대탕콩과 토요타도 2025년까지 각각 15만대, 2만대로 생산 능력을 늘릴 예정이다. 인구에 비해 자동차 보급률이 인도네시아, 태국 등과 비교해 현격히 낮다는 점, 베트남 내수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점 덕분에 세계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베트남 현지에 조립공장을 운영 중이고,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것이 베트남 정부가 그리고 있는 마스터 플랜의 밑그림이다.

베트남 정부가 자동차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제1의 전제 조건은 해외 부품 업체들의 베트남 입성이다. 이를 위해 해외 부품 업체들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법인세는 15년간 10%로 고정된다. 표준 법인세의 절반 수준이다.

베트남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 지는 태국 등에서 생산된 수입 자동차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관철시킨 것에서 알 수 있다. 베트남은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23개 조립공장을 유치했지만, 동시에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모순적인 상황에 처했다. 2018년 1월부터 협정 발효로 아세안 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베트남에 수입될 경우 관세가 ‘제로’까지 떨어지게 된 것이다. CDK/SKD 업체들의 반발이 커지자 베트남 정부는 수입 자동차에 대한 통관 절차를 복잡하게 하는 방식으로 비관세 장벽을 만들었다. ‘하노이 자본주의’라고 부를 만한 전례없는 제조업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 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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