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이집트 EEZ 획정 합의에 반발…"터키 EEZ 침범"
터키 에르도안 "지중해 동부 천연가스 시추 재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지중해 동부에서 천연가스 시추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리스와 이집트가 전날 양국 간 배타적 경제수역(EEZ) 획정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그리스와 이집트가 합의한 양국의 EEZ는 앞서 터키와 리비아통합정부(GNA)가 합의한 EEZ와 겹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성소피아 그랜드 모스크에서 열린 금요예배에 참여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시추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해당 해역에서 관할권이 없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의무가 없다"며 "지질 조사선 '바바로스 하이레딘 파사'가 해당 해역에 투입됐다"고 덧붙였다.

터키는 지난 달 중순 '오루츠 레이스'와 지원선 2척을 그리스의 로도스·카파토스·카스텔로리조 섬 남쪽 해역에 투입해 이달 2일까지 천연가스 탐사 및 시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리스가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하는 것으로, 그리스는 물론 미국과 프랑스의 비판을 야기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달 28일 지중해 동부에서 시추를 잠시 중단하라고 지시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리스와 이집트가 터키가 주장하는 EEZ를 침범하는 합의를 체결하자, 다시 시추 재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터키는 지난해 11월 내전 중인 리비아의 서부를 통제하는 GNA와 EEZ의 경계를 규정하는 수역협정에 합의했다.

터키와 GNA가 체결한 수역협정은 그리스와 이집트가 주장하는 EEZ를 침범하는 것으로 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그리스는 "양국의 합의는 터키와 리비아 사이에 있는 크레타 섬의 존재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자국 주재 리비아 대사를 추방했다.

1923년 터키 독립전쟁의 결과로 체결된 로잔 조약에 따라 이스탄불 인근 동트라키아 지역은 터키 영토가 됐으나,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海)의 섬은 대부분 그리스 영토에 속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