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풀 공장 방문
4년 전처럼 '미국 우선주의' 재확인

러스트벨트 노동자 표심 겨냥
"외국산에 반덤핑 관세" 자화자찬

"의약품·의료장비 미국산 사라"
연방기관에 구매 의무화 행정명령

캐나다 알루미늄엔 관세 재부과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 뺏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11월 3일)을 3개월가량 앞두고 보호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 대선의 핵심 승부처 중 한 곳인 오하이오주 클라이드의 월풀 세탁기 공장을 찾아 자신이 취임 초 삼성·LG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사실을 거론하고,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10% 관세 부과, 핵심 의약품 미국산 의무 구매 방침도 밝혔다. 노동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2016년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월풀 공장을 방문해 미 무역당국이 2013년 한국 등 경쟁국들의 덤핑 사실을 적발해 최고 7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지만 LG와 삼성은 고율 관세를 피하는 대신 중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행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을 겨냥한 발언이다.

반면 자신은 2018년 1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해 외국산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글로벌주의를 거부하고 애국주의를 포용했다”며 보호주의 기조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연방기관이 핵심 의약품과 의료장비를 구매할 때 미국산 구매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서 봤듯 미국은 우리 자신을 위해 필수 장비와 의약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언젠가 우리에게 제품(판매)을 거부할 수 있는 중국과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 (계속) 의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이에 앞서 기자들에게 행정명령에는 연방기관의 필수 의약품 및 의료장비 구매 때 미국산 구매를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카’ 조항과 미국산 신약 승인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공이익에 부합하지 않거나, 의약품 장비가 미국에서 충분히 생산되지 않거나, 가격이 급등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CNN은 중국이 개인보호 장비 생산에서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미국 내 처방 의약품 세 알 중 한 알은 인도산 복제약 제조업체가 생산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풀 공장에서 캐나다산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재부과하기 위한 포고문에도 서명했다. 미 정부는 2018년 3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거나 재개정한 나라에는 이 관세를 면제했다. 캐나다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체결하면서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면제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다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USMCA에 따라 관세를 면제할 때는 미국으로의 수출이 범람해 미국의 알루미늄산업 일자리를 뺏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의 알루미늄 생산자들이 그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미국의 조치에 대해 동등한 액수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는 역사적인 USMCA 발효(7월 1일) 몇 주 뒤 중요한 무역 파트너에 타격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워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노동자층의 표심을 붙잡았다. 올해 대선에서도 같은 전략을 쓰는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민주당 후보도 무역정책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보호주의를 표방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미국의 보호주의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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