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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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일본 7대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순이익을 낸 기업은 도요타자동차와 스즈키 두곳이다. 스즈키가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순익 17억엔)이라면 도요타의 순익은 1588억엔(약 1조7833억원)에 달했다. 스즈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올해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실적 예상치를 제시하지 못한 반면 도요타는 7300억엔의 순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도 GM(-796억엔), 피아트크라이슬러(-1277억엔), 폭스바겐(-1976억엔), 다임러(-2461억엔) 등 주요 메이커들이 코로나19에 휘청거린데 비해 도요타는 100억엔 대의 적자를 예상한 시장전문가들을 비웃듯 흑자를 달성했다.

도요타의 실적을 떠받친 건 상반기 판매량이 2% 감소하는데 그친 중국 시장이었다.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 뿐 아니라 카롤라 등 도요타의 일반 세단까지 고르게 팔린 6월 한달 간 중국 판매량은 월간 단위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폭스바겐과 르노-닛산의 중국 판매량이 17%, 20%씩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7월 판매량까지 더하면 도요타의 올해 중국 판매량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1% 늘어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는 중고차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산케이신문은 "온라인 판매 강화 등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전략을 도입한 덕분에 중국 시장에서의 회복속도가 빨랐다"고 분석했다.

도요타의 재고·생산 대응 능력도 실적을 뒷받침한 비결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까지만해도 도요타가 조달망의 문제를 발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주 였다. 대지진 이후 도요타는 반나절 만에 문제가 발생한 부분을 짚어내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덕분에 대규모 위기로 자동차 업계가 부진에 빠지면 도요타는 팔리지 않는 차의 생산을 신속하게 중단해 재고가 쌓이는 걸 방지할 수 있게 됐다.

도요타의 트레이드 마크인 원가절감 효과도 위기에 빛났다. 도요타의 원가절감 경영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연간 2000억~3000억엔 수준. 지난해에도 2650억엔의 영업익을 올리는 효과를 거뒀다. 덕분에 도요타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한 최소판매량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200만대 가까이 낮출 수 있었다.

닛산자동차와 독일 다임러가 손익분기점 판매량을 낮추기 위해 공장 폐쇄, 인력 구조조정 등 고정비를 줄이는데 사력을 다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닛산자동차가 각종 절감조치를 통해 낮춘 손익분기점 판매량이 100만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도요타의 원가절감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의 임원은 "아직도 제거해야할 불필요한 공정이 많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