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상하이·충칭·톈진 이어 5번째 직할시 지정 논의돼
"서부 변경지역 경제발전 꾀해야" vs "직할시 되기엔 인프라·인력 부족"
中 신장자치구 카슈가르 '직할시 파격 지정' 놓고 갑론을박
인권 상황을 놓고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날선 비판이 이어지는 중국 신장(新疆) 자치구 내 한 도시의 '직할시 승격'을 놓고 중국 내에서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지리과학자원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 신장 자치구 카슈가르(喀什)시를 직할시로 승격하는 방안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은 5년 단위로 중장기 경제발전 계획을 만드는데, 이 계획에 포함된다는 것은 중앙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제안이 파격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중국에서 직할시라는 행정단위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 때문이다.

직할시는 성(省)과 동격의 일급 행정구역으로, 현재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충칭(重慶), 톈진(天津) 등 4개 도시만 직할시로 지정됐다.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 인구가 3천만 명을 넘어 중국 최대 도시인 충칭 등 이들 도시가 직할시로 지정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카슈가르는 이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중국의 서쪽 끝인 신장 자치구 내에서도 남서쪽에 치우친 카슈가르는 인구가 460만 명에 불과하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신장 자치구 수도인 우루무치(鳥魯木齊)의 4분의 1 수준인 3천250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바로 카슈가르를 직할시로 승격해야 하는 이유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에 맞서 내수 주도형의 자립 경제를 꾀하는 중국으로서는 동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낙후한 서부 지역의 경제 발전을 이루는 것이 시급한데, 카슈가르의 직할시 지정은 이를 이끌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카슈가르의 직할시 지정 논의가 신장 자치구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대두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신장 자치구는 1천100만 명의 위구르족 이슬람교도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위구르족과 한족 간 갈등으로 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았다.

해외 언론과 국제기구는 2017년부터 신장 정부가 위구르인을 마구 잡아들여 최대 100만 명을 강제수용소에 구금해 가혹한 인권 탄압을 한다고 비판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강력하게 부인한다.

서방 국가의 비판에 맞서 신장 자치구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이루길 원하는 중국 지도부는 2년 전부터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주문했으며, 이에 정부 연구기관 등이 카슈가르 직할시 지정 방안 등을 내놓았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인 왕양(汪洋)이 이끄는 그룹이 이를 지지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카슈가르의 직할시 지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비록 카슈가르가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의 핵심 도시 역할을 해왔지만, 직할시가 되기에는 그 인프라와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얘기이다.

특히 신장의 정치·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준(準)군사조직인 '신장생산건설병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카슈가르가 직할시로 지정될 경우 그 관할 문제를 놓고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신장 전문가는 "그렇지 않아도 신장생산건설병단과 신장 지역정부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카슈가르가 중앙정부에 직접 보고하는 직할시가 된다면 그 갈등 구조는 더욱 복잡해져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