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내전으로 경제난 심각
코로나·폭발 겹치면서 '삼중고'

용접 작업하다 불꽃 옮겨 붙은 듯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지난 4일 발생한 폭발 사고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사상자는 5000명을 넘었고, 경제적 피해는 1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레바논 정부는 이번 폭발로 137명이 숨지고 5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5일 발표했다. 30만 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이날 현지 방송매체인 LBCI는 베이루트 항구 9번 창고에서 근로자들이 문을 용접하는 과정에서 불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불길이 질산암모늄이 저장된 12번 창고로 옮겨붙으면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얘기다.

폭발 원인으로 지목된 질산암모늄은 동유럽 국가 몰도바의 선적 화물선인 로수스호에서 압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로수스호는 2013년 조지아에서 출항해 모잠비크로 향하던 중 11월 베이루트에 입항했다가 억류됐다. 당시 선박 소유주에 대한 분쟁으로 인해 선박과 화물이 억류됐다. 이후 2015년 선박에 실려 있던 질산암모늄 2750t이 부두에 하역돼 창고에 보관돼왔다.

레바논 정부는 질산암모늄 보관에 관여한 모든 항구 관리자에 대해 가택연금을 명령했다. 이들은 6개월 전 항구 폭발물 관리 실태조사에서 “창고의 폭발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베이루트 전체가 폭파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 3월부터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인 레바논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베이루트 폭발 사고까지 겹쳐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학자들은 레바논 경제가 1975~1990년 내전을 겪던 시절 이후 최악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업률이 급격히 치솟고 있고, 레바논 파운드의 실질 가치는 지난 10개월간 약 80% 하락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11월 레바논 인구 절반이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루트 폭발이 ‘폭탄 공격’이라고 주장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폭발 원인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며 한발 물러섰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대부분 사람은 보도된 대로 그것이 사고였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