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3000弗도 돌파할 것"
< 몸값 오른 골드바 >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의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다. 서울 종로 한국금거래소 본점에서 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 몸값 오른 골드바 >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의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다. 서울 종로 한국금거래소 본점에서 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국제 금값이 무섭게 오르면서 사상 최초로 트로이온스(약 31.1g)당 2000달러를 넘어섰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1.7%(34.70달러) 오른 온스당 2021.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1년 8월 22일 세웠던 온스당 1891.90달러 기록을 깨뜨린 지 10여 일 만에 2000달러 벽마저 넘어섰다. 올해 금값 상승률은 31.7%로, 연일 최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는 미 나스닥지수 상승률(21.9%)을 웃돌고 있다.

2000弗 뚫은 금값 "더 간다"…코로나·약달러에 고공행진

금값이 뛴 배경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및 미·중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 선호도가 커졌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2조달러가 넘는 돈을 시장에 풀면서 달러 약세를 부추긴 점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 자산이 몰리고 있다. 금 시장조사협회인 월드골드카운슬에 따르면 올 상반기 400억달러, 지난달에도 74억달러가 금 ETF에 투자됐다. 국내 금값도 올랐다. 이날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 1g 가격은 전일 대비 1020원(1.31%) 오른 7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더딘 경기 회복에 弱달러 겹쳐 초강세…월가 "金값 추가상승 여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고 등급 허리케인 이사이아스가 미국 뉴욕을 덮친 4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자들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를 주목했다. 수요가 몰리며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같은 날 금보다 더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돼온 미 국채 수익률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침체 우려에다 달러 약세까지
12월 인도분 금값은 이날 장중 한때 2027.30달러로 치솟기도 했다. 주식 채권 예금 등과 달리 배당금이나 이자를 주지 않는데도 투자자들이 금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위험 회피 시각이 강해졌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미·중 갈등, 오는 11월 미국 대선 등 미래 불확실성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외환거래회사 액시코프의 스티븐 인스 수석전략가는 “금이 글로벌 자산의 도피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나인티원의 조지 체벨리 펀드매니저는 “경기 불확실성이 이번 금값 랠리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2000弗 뚫은 금값 "더 간다"…코로나·약달러에 고공행진

미국 정부가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사실상 무제한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점도 금값 상승의 주요 배경 중 하나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실물자산인 금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93.145로, 2018년 6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 러시아 등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금을 매입하고 있는 점도 금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들어 공격적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귀금속인 은 가격도 급등세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은값은 6.6% 오른 26.028달러로 마감했다. 2013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월가, “50% 더 오를 수도”
뉴욕 금융가에선 금값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추가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달러의 추가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머지않아 온스당 2300달러, RBC캐피털마켓은 3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회사 클라인워스햄브로스의 파드 카말 수석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물가를 고려할 때 금값이 진짜 높았던 때는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1979년이었다”며 “실제로는 지금이 역대 최고가 아니다”고 했다. 마이클 위드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전략가는 “예금 증가와 생산성 하락, 공공부채 팽창, 금리 급락 등은 모두 금값 상승을 예고하는 지표”라며 “앞으로 1년 반 안에 금값이 지금보다 50% 상승해 온스당 3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글로벌 투자 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작기 때문에 추가 유입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BoA에 따르면 1980년 전체 자산 대비 6.2%였던 금 투자 비중은 현재 3%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값이 상승 일변도의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국제 금값이 내년 6월 말 온스당 1800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 보고서를 지난달 내놨다.
미 국채 수익률 ‘뚝뚝’
미국 국채의 수익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0.05%포인트 하락한 연 0.52%를 기록했다. 채권에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오르고 수익률은 떨어진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고용 회복 등 경제 재가동 움직임이 급격히 둔화되자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요도 늘고 있다.

5일 미국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지난달 민간부문 고용 증가가 약 16만7000건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다우존스 예상치인 100만 건을 크게 밑돈다. 지난달 증가한 431만4000건에 비하면 3.8%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에선 지난 5월 경제 재개방 이후 민간고용이 334만 건 증가하는 등 경제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한때 퍼졌으나 서부와 남부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각 주가 경제 재개 속도를 늦추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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