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일하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이메일도 더 많이 보내고 있다.

미국 국립경제연구국(NBER)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인 '일하는 방식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The impact of COVID-19 on the nature of work)'을 발표했다. 하버드대와 뉴욕대 교수들 5명으로 구성된 연구진이 작업한 논문이다.

연구진은 미국, 유럽, 중동의 16개 대도시의 2만1000여개 기업, 314만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내려진 8주와, 그 전 8주 동안의 근무 형태를 조사했다. 대상 도시는 런던 로마 마드리드 밀라노 브뤼셀 오슬로 제네바 취리히 파리(이상 유럽) 뉴욕 산호세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워싱턴DC(이상 미국) 텔아비브(중동) 등이다.

조사 결과 하루 근무시간은 평균 48.5분, 회의 횟수는 13% 늘어났다. 회의 참가자 수는 14명 증가했다. 화상회의 방식이어서 보다 많은 사람이 참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한 회의 당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20분 줄었다.

회사 내 공지 이메일은 1일 평균 5개 증가했다. 근로자 개인이 근무시간 이후에 보내는 이메일은 8개, 동료에게 보내는 이메일은 1.4개 늘어났다.

연구진은 추가 조사를 통해 LA와 시카고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도시에서 봉쇄 이후에도 늘어난 근무시간이 대부분 유지되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공저자 중 한 명인 제프 폴저 하버드 경영대 교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일하는 패턴을 바꾼 결과"라며 "예전 형태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19 시대에 의무화되고 있는 재택근무의 효율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생산성, 일하는 태도와 문화, 비용 등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보안용 가상사설망(VPN) 서비스업체 노드VPN이 미국의 봉쇄령이 본격화된 2020년 3월 중순부터 6주간 직장인 인터넷 사용 현황을 분석해보니 봉쇄 이전보다 3시간가량 VPN 접속 시간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구글은 최근 재택근무 기간을 내년 6월까지로 연장했다. 아마존도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재택근무 체체를 유지하기로 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쇼피파이 등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원하는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할 계획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