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식 장소 사용 조건 서약서 요구 철회
일본 도쿄도는 1923년 9월 발생한 간토대지진 당시 무고하게 학살당한 조선인의 영혼을 기리는 추도식을 허가할 방침이라고 도쿄신문 등이 3일 보도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 지방에 발생한 규모 7.9의 대형 지진으로 10만5000여명이 희생됐다. 당시 혼란 속에서 일본인들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이에 자경단과 경찰, 군인 등이 재일 조선인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했다. 당시 독립신문의 기록에 따르면 이렇게 학살된 조선인의 수는 6661명에 달한다.

매체는 도쿄도가 우익 성향 고이케 유리코 지사 취임 후 제동을 걸고 있는 조선인 추도식 개최 허가를 내주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라고 전했다.

도쿄도합회 등 일본 시민단체들은 매년 9월1일 도내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조선인 대학살 추도식을 개최해왔지만 올해는 도쿄도가 장소 사용을 허가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던 상황이다.

고이케 지사의 도쿄도는 극우단체와 시민단체의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쌍방에 마이크·스피커 사용 등을 자제하라는 준법 서약서를 요구하고 반드시 응해야만 공원 사용 허가를 내주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지난해 간토대학살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2019.9.1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간토대학살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2019.9.1 [사진=연합뉴스]

도쿄도는 매년 추도식 장소로 요코아미초공원을 사용하도록 허가해왔지만, 돌연 지난해 12월 추도식 개최와 관련해 조건을 붙인 서약서를 주최 측에 요구했다.

서약을 지키지 않으면 추도식 중지를 포함한 도쿄도의 지시에 따르고, 차후 추도식이 허가되지 않아도 '이의가 없다'는 내용까지 서약서에 포함돼 있었다.

주최 단체는 공원 사용 허가를 요구하는 3만명의 서명부를 도쿄도에 제출하는 등 항의 활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도쿄도가 허가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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