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실직자들이 받던 주당 600달러의 연방 실업수당이 7월 말로 끊겼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이 수당 연장 등과 관련한 5차 부양책 합의에 실패하면서 최대 3000만 명의 실직자 소득이 사라지는 ‘소득절벽’이 현실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민주당 지도부는 1일(현지시간) 3시간가량 만나 합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아직 이견이 많다”고 밝혔다. 이들은 3일 다시 만나 쟁점 타결에 나설 예정이지만 합의 여부는 불확실하다.

가장 큰 쟁점은 주당 600달러의 실업수당 연장 여부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충격을 줄이기 위해 내년 1월 말까지 이 수당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은 실직자들이 받는 총소득(주·지방정부 실업수당+연방정부 추가 실업수당)이 실직 전 소득의 70% 수준이 되도록 연방 실업수당을 줄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실직자의 직장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선 ‘과도한 실업수당은 안 된다’는 논리다. 공화당 계획대로면 연방 실업수당이 주당 200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미 CNBC는 전했다.

미국 실직자들은 지난 3월 통과된 2조2000억달러 규모의 3차 부양책에 따라 기존 주·지방정부 실업수당(1주일에 평균 350달러가량)과 함께 주당 600달러의 연방 실업수당을 받아 코로나19 충격을 버텨왔다. 이 소득 중 상당 부분이 사라지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구가 늘어나고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업수당 문제 외에도 공화당과 민주당은 5차 부양책 규모, 주·지방정부 지원, 직장 복귀자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기업의 책임 범위 등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서로 책임 전가에 나섰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보여주는 것은 여느 때처럼 정치놀음”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