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치권 해석…대공황급 경제지표 가릴 연막탄에 무게
"고전적 트럼프 수법…'불법선거 탓 졌다' 변명으로 변할 것"
"트럼프 '대선연기론'은 낙선 때 불복하려는 땅 고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연기 거론이 선거 불복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연기가 불가능한 데다가 우군들의 반발까지 사면서 굳이 돌출발언을 한 까닭을 두고 나오는 미국 내 해석들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자기 트위터를 통해 우편투표가 불공정해 미국이 크게 창피할 것이라며 "적절하고 확실하고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연기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만회 시간을 벌려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제안으로 노출됐다는 얘기도 있으나 다른 목적을 두고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야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 공화당 인사들 사이에서도이번 발언의 1차 목표는 자신에게 불리한 뉴스를 다른 충격적 뉴스로 덮으려는 데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연기 트윗이 올해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발표된 직후에 나왔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주목한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으로 무려 32.9%나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처럼 급격한 역성장은 70여년만에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작년까지 지속된 미국의 초장기 호황을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삼고 '경제 대통령'을 자처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갑자기 받아든 대공황급 성적이 재선에 치명적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공화당에 정치자금을 대는 큰손인 댄 에버하트는 더힐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고전적 수법"이라며 "기이한 걸 얘기해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끔찍한 경제뉴스에서 떠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릴리 애덤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위협은 파멸적인 경제 지표를 물타기 하려는 필사적인 시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연기론을 두고는 공화당 지지자조차도 독재정권에서나 나올 법한 발상이라고 혀를 차고 있다.

초당적인 반대뿐만 아니라 대선연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도 일반적인 관측이다.

선거일이 법률로 지정된 터라 관련 법안이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희박하며,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헌법으로 정해져 있어 더 큰 산까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앨런 리트먼 아메리칸대 역사학 교수는 대선이 열리지 않은 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완료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부통령과 함께 보따리를 싸고 국가서열 3위인 넨시 펠로시(민주) 하원의장이 백악관에 입성한다고 설명했다.

현실적 난제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연기를 원치 않지만 우편투표에 문제가 있다며 애초 발언을 서둘러 수습했다.

리트먼 교수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각을 두고 예고된 재선 실패에 대한 변명을 축적하려는 시도라고 의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선거결과 승복 여부를 잘라 말해달라는 주문에 "상황을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리트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늘 행각은 다른 어떤 것보다 자존감을 달래려는 행위와 관계가 있다"며 "트럼프의 이런 주장은 재선 실패 때 '불법선거 때문에 졌다'는 투로 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