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국제 원유 시장에서 위안화 거래를 확대하고 디지털화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7월 초 중국에 원유 300만 배럴을 위안화를 받고 팔았다. 7대 석유 메이저 가운데 달러화가 아니라 위안화로 원유를 거래한 첫 사례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국 원유 수요가 크게 꺾인 것을 기회로 보고 최대 구매력을 앞세워 석유 메이저들에 위안화 거래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른바 ‘석유달러(페트로달러)’ 체제에 균열을 꾀하고 ‘페트로위안’ 체제를 구축해 위안화 국제화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디지털위안으로 거래 투명성 제고
중국 4대 국유은행 가운데 한 곳인 농업은행이 디지털위안을 사용할 수 있게 개발한 모바일 앱 화면 스크린샷.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음식배달업체인 메이퇀뎬핑은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위안 상용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2일 중국 최대 승차공유업체 디디추싱, 동영상 중심 소셜미디어 비리비리 등도 이 사업에 동참했다. 지난 4월 베이징 신도시 숑안지구에서 시작한 디지털위안 시범사업에는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 19곳이 참여하기도 했다.
메이퇀과 디디, 비리비리는 하루에도 수십억위안이 거래되는 플랫폼이다. 이들이 디지털위안을 거래에 쓰기 시작하면 디지털위안이 중국인의 일상에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목할 부분은 3개사가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보유하고 있거나 주요 주주로 참여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텐센트는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 기반한 위챗페이로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함께 작년 189조위안(약 3경2500조원)에 달한 중국 모바일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디지털위안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다.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이 발행하기 때문에 실물 화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중앙은행은 통화량 조절 등 통제가 가능하다.
중국이 디지털위안을 추진하는 목적은 우선 국내 자금 흐름의 투명성 제고를 꼽을 수 있다. 디지털위안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가상통화 시장 선점
국제 거래에서 디지털위안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달러를 매개로 해야 하고 최종 자금 이동까지 1~2일 걸리는 데다 수수료도 비싼 국제 송금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란 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와 거래하면서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활용하고 있다. 실물 위안화를 쓰지 않아도 된다면 거래 편의성이 크게 높아진다.
디지털위안이 국제 거래에서 자유롭게 쓰일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중국은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벌이면서 상대국에 위안화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거래가 편리한 디지털위안이 일대일로를 통한 위안화 국제화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에 있는 가상화폐 기술 자문업체인 시노글로벌캐피털은 “중국이 디지털화폐에서 선도자로서 치고 나가면 강한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해 참여국을 빠르게 늘려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금융제재에도 대비
중국은 미국의 금융 제재에 대비해 위안화 세계화를 서두르고 있다. 팡싱하이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한 금융포럼에서 “위안화 국제화는 외부 금융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회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0여 개국 중앙은행과 위안화 스와프 계약을 맺고, 위안화 국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위안화 세계화에 노력해왔다. 하지만 위안화의 글로벌 위상은 아직 낮은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 비중은 2.0%다. 달러 비중이 62.0%로 여전히 압도적이며 유로가 20.1%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일본 엔(5.7%)과 영국 파운드(4.4%)도 위안화의 두 배를 넘는다.
중국은 거지도 구걸하려면 QR코드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간편결제가 발전한 나라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시장점유율 55.1%)와 텐센트의 위챗페이(38.9%)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6540억위안(약 112조원)으로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의 세계 결제액 합계를 넘어섰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모두 QR코드 결제를 지원한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지갑은 두고 나와도 휴대폰 충전기는 챙겨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QR코드 결제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큰 인기를 누리는 서비스가 아니었다.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계 각국이 QR코드 결제를 속속 도입하면서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기업인 애플도 QR코드 결제 생태계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달 초 미국 IT전문매체인 나인투파이브맥에 따르면 애플은 자사 페이 서비스에 QR코드 결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계열사인 아바쿠스는 “중국이 사랑하는 QR코드가 애플을 통해 세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인도 1위 전자결제회사 페이티엠에, 텐센트는 한국 카카오페이에 투자했다.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부모님은 미안하다고 하셨다. 18년 보유하고 있던 서울 잠실 아파트를 팔기로 하셨단다. 보유세 폭탄을 이겨낼 수 없어서다. 부모님은 잠실 2주택자다. 30년 전 잠실주공5단지를 사서 지금까지 살고 계신다. 2002년 매수한 잠실주공1단지(잠실엘스)를 이번에 처분하기로 하셨다. 18년 전 4억5000만원에 샀으니 20억원에 팔더라도 양도세(대략 8억~9억원) 내고 나면 그리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도 아니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고 투기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부모님은 젊은 날 하고 싶은 거 참고 근검절약하셨는데 그 대가가 투기꾼 딱지에 징벌적 세금이라니 정말 화가 난다.”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10년 이상 보유는 투기가 아니다’라는 A씨 사연이다. 2주택자부터는 ‘집 가진 죄인’ 신세다. 공무원이라면 인사상 불이익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시대다.고강도 부동산대책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집값 안정이 명분이다. 무주택 서민의 반대편엔 자연스레 투기꾼 딱지가 붙은 집 가진 죄인들이 자리를 잡아야 하는 프레임이다. 집 가진 죄인들이 쏟아내는 하소연을 더 들어보자.“도지사와 시장이 전·월세 가격을 정한단다. 보유세가 연 1000만원인데 월세는 50만원(연 600만원)이라면 400만원 자선사업을 하란 얘긴가. 정부가 ‘1주택~ 1주택~ 신나는 노래~’를 계속 부르는데 모두 1주택자가 되면 전·월세는 누가 공급하나. 집 가진 악덕지주 적폐세력이라고? 나도 한때 세입자였다. 반지하 옥탑방 살았고 집주인에게 보일러 수리비도 못 받았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고 눈물 나게 아껴서 재산 모은 죄로 매일 범죄자 취급받는다.”집 가진 죄인들은 평생의 노력이 통째로 비난받는다고 억울해한다. 아껴서 저축하고 집 산 것밖에 없는데, 자고 나니 투기꾼이 됐다는 하소연이다. 집으로 투기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해서 재산을 모은 사람들까지 도매금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옳지 않다.이제 집 가진 죄인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A씨 부모처럼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1주택자로 전향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전향자들에게 “앞으로는 집 사지 말고 주식 사라”고 권하는 것 같다. 그런 권유를 따라 1주택 주식 투자자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얼마간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평생을 아끼고 모아서 집 사고 세 주는 단순한 재산 형성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복잡한 금융용어를 이해하고 급등락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금융투자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다른 하나의 선택지는 ‘존버’(오래 참고 끝까지 버팀)다. ‘내가 잘못한 게 뭐냐. 어디 한번 해볼 테면 해봐라’라는 오기를 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시장에서 6000원짜리 통닭 사 먹으며 돈 모아서 집 샀는데, 세입자 집 앞에 쌓여 있는 브랜드 치킨 상자 보고 ‘현타’(현실 자각 타임)왔다” “정부가 나를 악덕 집주인으로 만들고 있다. 전·월세 가격 규제하면 임대차계약서에 온갖 특약 100개, 1000개 달아놓고 세입자도 면접 봐서 뽑겠다” 등의 결기가 가득 찬 사연이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전향보다 존버를 선택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 같다.과거 한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이 돈만 있으면 저지른 죄도 없앨 수 있다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 가진 게 죄라는 유집유죄(有집有罪)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의할지 궁금하다. ‘무주택 서민 vs 집 가진 죄인’ 프레임이 더 공고해져 우리 사회의 편 가르기와 집단 갈등이 심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대체에너지로 종종 거론되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사실 그다지 친환경적이지 않다. 발전단가가 높고, 광전(빛→전기) 변환효율이 한계에 도달한 데다 폐기물도 다량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실리콘 계열 태양전지 연구가 활발해진 이유다. 유기 태양전지, 박막 태양전지 등이 대표적이다.태양전지 종류는 다양하지만 기본 원리는 같다. ‘외부 충격’인 태양광이 전지에 들어오면 전자와 정공(양전하 운반 입자)이 각 전극으로 이동하고 이때 전위차에 따라 전류가 흐르게 된다.유기 태양전지는 태양광이 유입되는 외부 투명기판 아래로 투명전극, 광활성층, 금속전극이 차례로 쌓여 있다. 핵심은 광활성층이다. 여기엔 p형 반도체에 상응하는 전자주개(doner)와 n형 반도체에 상응하는 전자받개(acceptor)가 섞여 있다. 전자주개는 전자를 공여하는 이온, 원자, 분자 등으로 구성된 유기물 소재, 받개는 그 반대다.신원석 송창은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원과 임은희 경기대 화학과 교수는 광전변환효율을 높일 수 있는 유기 태양전지용 전자받개 신소재 T2-ORH를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지난 20여 년간 유기 태양전지 전자받개는 탄소 원자가 축구공 모양으로 뭉친 소재 풀러렌이 주로 쓰였다. 풀러렌은 전자 이동 속도를 높여주지만 빛 흡수량이 적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비풀러렌 계열 전자받개 소재인 ITIC다. ITIC는 합성 절차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었다.T2-ORH는 ITIC보다 저렴하고 합성 방법도 간단한 신소재다. 연구팀 관계자는 “T2-ORH는 g당 합성 비용이 40달러로 ITIC보다 20분의 1가량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광전변환효율도 높아졌다. 주로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흡수하는 전자주개와 다른 파장대(자외선) 흡수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빛 흡수를 두고 전자주개와 받개 간 충돌(경쟁)이 덜 일어난다는 뜻이다. T2-ORH를 사용해 제조한 유기 태양전지는 광전변환효율이 0.1㎠당 9.33%로 ITIC 기반 태양전지(7.46%)보다 높다.건물 바깥 유리창에 붙여 알록달록한 색상을 내는 박막 태양전지를 친환경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도 나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신소재연구실 정용덕 책임연구원과 조대형 이우정 선임연구원은 기존 태양전지에 별다른 공정 없이 붙여 사용할 수 있는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태양전지를 개발했다.CIGS 태양전지는 비실리콘 계열 태양전지 가운데 광전변환효율이 높은 편이고 공정 및 재료비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해 중금속인 황화카드뮴을 완충제로 써야 한다는 결정적 단점이 있었다.ETRI 연구팀은 황화카드뮴을 대체할 수 있는 인체 무해 완충제를 개발해 CIGS 태양전지에 적용했다. 그 결과 18%에 달하는 광전변환효율을 달성했다. 또 연두 노랑 보라 주황 등 일곱 가지 색상을 구현해냈다. 이 박막 태양전지의 두께는 3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연구팀 관계자는 “물에 떠있는 기름띠가 무지개색으로 보이는 빛의 간섭 원리에 착안해 박막 두께를 미세하게 조절하면서 여러 색깔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도심 분산전원용 고성능 플렉시블 무기 박막 태양전지 원천기술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았다.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